인간은 곧 달에 갈테고, 그러면 달도 끝장이 나겠지. 그는 피우던 담배를 모래 위로 던졌다. 물론 이 모든 걸 위대한 사랑이 해결할 수 있을 테지, 하고 그는 냉소적으로 생각하며 죽고 싶다는 만만찮은 욕구를느꼈다. 때때로 고독이 고약한 고독이 아침이면 그렇게 그를 엄습하곤 했다. 사람을 숨쉬게 해주기보다는 짓눌러버리는 고독이. - P14
누구에게서도 편지가 오지 않았으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할때 사람들이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던 것이다. - P15
그는 자신의 손 안에서 커져가는 공허감, 혼란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어떤 갈망, 만지고 싶은, 솟구쳐오르게 하고 싶은,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와 싸웠다. 점차 그의전 존재가 그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제멋대로일만큼 강압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 류트를 쓸어보았다. 다음 순간 그는 시간 관념을 송두리째 잃고 책상 앞에 서서 서투른 손가락으로 되는 대로 현을뜯고 있었다. - P60
하지만 주위의 침묵은 매순간 무시무시하게 커져갈뿐이었다. 침묵은 집안을 가득 메우고 계단을 내려가 방문들을 모두 열어젖히고 벽을 지나 아이들의 귀에까지 들릴 것 같았고, 귀를 쫑긋 세우고있던 하인들의 얼굴에는 이미 어리석은 조소가 떠올라 있을 것같았다. 그녀는 재빨리 일어나 방문을 잠그고는 구석에 놓인 중국식 장롱으로 달려갔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아 장롱을 열고류트를 꺼냈다. 소파로 돌아와 앉은 그녀는 무릎 위에 악기를 올려놓고 현을 뜯기 시작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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