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것만으로 최선을 다하라. 쓸데없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마라. 그리고 우연을 혐오하라." - P154

야르네브링이 집을 나서자마자 마틸다가 커다란 찻잔 가득 담긴 차와 굉장히 훌륭한 샌드위치를 들고 들어왔다. 거칠게 간 호밀로 만든 빵사이에 양상추, 얇게 썬 토마토, 자연 건조한 생햄을 양심의 가책이 생길 정도로 넉넉하게 끼운 샌드위치였다. - P281

"따뜻한 샐러드를 곁들인 곤들매기구이 어떠세요?" 메뉴판을 펼치고앉아 있던 마틸다가 권했다.
"내가 입 닥치라고 말할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한손이 말했다. "난 감자 팬케이크를 곁들인 포크 이랑, 체코 필스너 맥주한병, 그리고 보드카 큰 잔으로 한 잔 주문하겠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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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고기 소시지는 가을에 먹는 게 좋을 거야. 훈제향과 균형 잡힌풍미, 노를란드 특유의 금욕적인 느낌도 굉장히 구미가 당겼지만, 이날저녁 같은 날에는 좀더 강렬한 맛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남쪽 발칸제도에서 먹는 것같이 지나치게 진한 맛도 곤란했다. 거칠게 간 돼지고기에 파프리카와 양파를 곁들이고 후추를 뿌린, 소금 간을 약하게 한 소시지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선택이었다. - P11

바게트 속을 파낸 다음 소시지와 자우어크라우트를 넣고 머스터드를 얹으면 되지.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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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가 아직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하지만 아니야.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윌리엄이 말했다. "약속할게."
켄트가 눈을 내리뜬 채 그를 찬찬히 살폈다. "알겠지만 내가 원하는건 그 이상이야. 네가 나았으면 좋겠어. 네 삶을 사랑하면 좋겠어." - P236

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거의 말을 걸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말을입 밖으로 소리 내서 들으니 조금 더 충격적이었다. 로즈와 찰리는 자매들이 어렸을 때 쉴새없이 말을 걸었다. 실비는 애정도 웃음도 없는 집에서 자라면 어떨지 상상해보려 애썼다. 차갑고 소리가 울리는 공간이떠올랐다. 그녀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반복적인 소리를 내려고 농구공을 드리블하는 작은 남자아이를 보았다. 그러자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 이야기가 갑자기 마음속으로 들어와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과 똑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 P281

윌리엄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알 때는 분명히 말하고 싶었다. 입원하기 전에는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했고,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너무나 능숙하게틀어막았기 때문에 스스로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호숫가를 따라 달리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이 발전처럼느껴졌다. - P300

걸어가서 밖으로 나갔다. 그는 도시의 어둑한 불빛이 내리비추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눈을 맞으며 크나큰 안도감을 느꼈다. 여기가 윌리엄이속한 곳이었다. 어둑한 곳에서 혼자여야 했다. - P309

윌리엄은 평생 자신을 다잡으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벽장에 들어가 기침을 하던 어린 소년이 있었다. 항상 약간 늦게 미소를 짓거나 하이파이브를 받아주던 불안한 대학생. 손에 공이 들려 있어야만 편안했던 농구선수. 계획과 일정, 심지어 생각까지 건네주는에너지 넘치는 여자에게 선택받아 마음이 놓였던 청년. 그는 전부 시키는 대로 했지만, 그 말을 따르다가 결국 더이상 한 명의 사람이라고할 수도 없을 만큼 자신과 너무 멀어져버렸다. - P311

윌리엄은 병원에서 자기 목소리를 찾았고, 약 덕분에 이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떻게 하루를 버텨낼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윌리엄이 추구하는 목표-그리고 아마주치의의 목표도는 충분히 건강하고, 충분히 잘 지내고, 충분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비가 그의 손에 자기 손을 얹었을윌리엄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감각을 느꼈다.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온전함을 느꼈다. 그 충격과 기쁨이 그의 안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지금 윌리엄은 이런 대화를 하게 만드는 실비가 여기 없기를 바랐지만동시에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실비와 닿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을 원했다. 간절히 바랐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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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추도객이 이따금 울음을 터뜨렸는데, 찰리 때문이기도 하지만자신의 아픔 때문인 듯도 했다. 너무 빨리 잃은 사랑, 유산, 돈이 늘부족하다는 머리 아픈 걱정. 울어도 되는 곳이었으므로 사람들은 이기회를 이용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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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진정한 마법에 가장 가깝다.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며,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것이다. 현실 세계가 너무 고통스러울 때 글을 쓰면 새로운 자신의 세계를 만들 힘이 생긴다. 글쓰기를 그만두는 건 내게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손가락으로 책등을 훑으며 서점을 헤집고 다니는 일도, 서가에 그 책들을 올리기까지의 긴 편집과정에 경탄하며 내 책을 추억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에미 조 같은 아이가 출간 계약을 맺을 때마다, 어떤 젊은 신인 작가가 마땅히 내 것이어야 할 인생을 살고 있음을 깨달을때마다, 질투에 시달리며 남은 생을 보낼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는 내 정체성의 중심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자기 안으로 침잠하기 시작한 후, 그리고 로리 언니가 나 없는 인생을 살기로 한 후, 글쓰기는 내게 살아갈 이유가 되어줬다. 행여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나는 이 마법에 매달릴 생각이었다. - P310

한 장에서 다음 장으로 나아가게 해줄 거대한 프로젝트도, 전망도 없이 하루하루 하찮고 자족적인 삶을 살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세상이 숨죽이고 기다리기를 원했다. 내 말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했다. 영구적으로 존재하기를 원했다. 죽은 후에도 산더미 같은 페이지를 남기고 싶었다. 여기 주니퍼 송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을 우리에게 들려줬다,라고 소리치는 페이지를.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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