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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랑의 실험 - 독일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알렉산더 클루게 외 지음, 임홍배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독일 문학의 근현대 걸작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다...
고전을 좋아해서 특정 출판사의 세계문학을 즐겨 읽고 있는데 장편중심으로 출판되어 오던 우리나라의 세계문학 시장에 창비에서 세계문학의 단편을 엮어놓은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단편을 찾아 읽고 싶어도 찾기가 쉽지 않았기에 더욱더... 창비세계문학 전집은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출판되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세계 근현대문학 100년을 대표하는 9개 국가별 언어별로 나누어 총 9권으로 출판되었는데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여러 작품들을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 읽게 되었습니다. 9권 중 독일을 가장 먼저 읽게 된 것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쎄, 토마스 만 등 평소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포함된 이유도 있고 어느 사랑의 실험 이라는 책의 제목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책 독일편에는 17명의 작가에 17편이나 되는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를 만난다는 설레임과 기쁨으로 책과의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 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해 보면 괴테의 정직한 법관... 파우스트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괴테하면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작품은 쉽게 읽을 수 있었고 괴테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이성과 욕망에 대한 심리묘사가 아주 구체적으로 잘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헤르만 헤쎄의 짝짓기... 그의 또다른 작품인 데미안에서와 마찬가지로 풍부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고 누구나 겪게 되는 사춘기의 방황과 고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알렉산더 클루게의 어느 사랑의 실험...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포로들을 집단 방사선 불임시술을 하고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남녀 포로를 한 방에 가두어 놓고 관찰하는 실험의 내용인데 나치가 행했던 갖가지 생체실험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인간이 된 원숭이를 통해 인간사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외국어 표기법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편집상의 오류가 아닌 각 언어의 독자성에 대한 존중의 취지로 원어 발음에 가장 가까운 한글 표기방식을 따른 것이라 합니다.
지금까지 단편이 아닌 장편 중심으로 읽어와서 인지 너무 짧은 이야기에 함축적으로 의미를 담아놓고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을 몰라 작가가 어떤한 것을 말하려 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공감이 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이야기의 처음과 끝 부분에 옮긴이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짧은 설명도 있어 생소했던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 수도 있었습니다. 고전문학이 장편중심으로 번역출판되어 온 이유여서인지는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방대한 양의 장편이 진정한 고전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었는데 함축적으로 의미를 담다보니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단편 역시 장편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의 작품 역시 읽고 싶은 욕심에 전집을 구입했는데 앞으로 천천히 한권한권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