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재수사 2 재수사 2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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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걸 추리소설+사회비판소설+철학소설+성장소설로 봤다. 


이걸 단순히 추리소설 보겠다고 읽으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아마 별점 낮게 준 사람들은 추리소설 기대하고 왔다가 범인의 독백이 한 챕터 걸러 한 챕터씩 나오는 모습에 지루하다 느낀 것 같다. 하지만 평소 철학이나 사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범인의 독백이 지루하기는커녕 빛나는 보석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 독백은 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논리의 흐름임과 동시에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가 왜 공허와 불안을 느끼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 특히나 도덕적 책임의 원근법이나 사실-상상 복합체 같은 아이디어는 범인의 자기합리화의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논리적이고 반박불가능해서 독자가 동조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평소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부분들이기도 하고).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심리 묘사가 풍부하다. 수사관의 심리, 범인의 심리가 다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살인이 용서받을 수는 없지만,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왜 저질렀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명쾌히 해결된다. 특히 범인이 왜 피해자를 죽였는지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아...하는 탄식이 나오게 된다. 범인이 썼다는 엽편도 재미있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면 누구나 살기를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그걸 실행에 옮겨도 된다는 말은 아니고, 그만큼 심리묘사가 좋았고 억지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심리를 위해 작가는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초반부터 착실하게 쌓아놓았다. 작가의 노련미가 엿보이는 지점이다.


평소에도 장강명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했고 이번에도 감명을 받았다. 요즘 나오는 장편 길이가 점점 짧아져서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뚝심있게 이런 묵직한 장편소설을 내어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이런 소설을 많이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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