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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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작가가 워낙에 유명해서 작품 소개도 안 보고 그냥 골랐는데 대체적으로 읽을만 했던 것 같다.

아, 물론 김보영 작가의 작품은 최고다. 얼마나 닮았는가. 이거야 국내 SF 작품 중에서 이만한 작품 찾기 힘든 것 같고... 찾는다면 김보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 정도? 김보영 작가의 팬이다 보니...ㅎㅎㅎ 김보영 작가는 우리 인식의 틈을 아주 잘 파악하고 교묘한 수사로 그걸 파고드는 장점이 있다. 국내 SF 작가 중에서 TOP이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재미있게 본 작품은 장강명 작가의 당신은 뜨거운 별에. 두 모녀의 갈등과 화합이 아주 좋았고, 엄마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도 좋았다. 프로듀서와 광고주 대리인들의 대화도 재미있었고.


그 다음으로 흥미롭게 본 것은 듀나의 두 번째 유모이다. 초인공지능 간의 전쟁이 흥미롭게 묘사됐는데 문제는 듀나 특유의 쿨한 척 하는 두루뭉술한 묘사가 몰입을 방해한다. 아버지는 왜 하필 아버지라 불리는지 어머니는 왜 그렇게 불리는지, 콩나물과 다리와 수리매와 거미들은 다 뭔지 설명이 부족하다. SF를 많이 읽은 사람이야 대강 개념이 잡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면 이게 다 무슨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 할 것이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미쳤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서 휴머니즘을 벗어나겠다고 해 놓고(대놓고 언급하진 않지만 듀나 소설에 대체적으로 나타나는 경향) 결국은 휴머니즘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기계가 미치고 분노하면 그냥 그건 사람이지 기곈가? 해왕성의 아이들도 인간과 다른 종이라고 하지만 외모만 빼면 인간과 뭐가 다른지 별다른 묘사가 없어서 심심함...


배명훈 작가의 외합절 휴가는 흥미로운 설정인데 불행히도 내용이 이해가 안 된다. 화성의 정부들이 일으키는 반란의 원인이 뭔지 너무 설명이 단순하고, 무엇보다 주인공 김은경이 왜 그들에게 반란을 일으키려는지도 그렇다. 지도층의 반란에 구린 구석이 있는 것 같아서, 라고 언급되긴 하지만 겨우 그것 때문에 도시에 그런 짓을 저지르는 게 말이 되나? 사람 목숨이야 피해가 없다 쳐도 그 망가진 건물들은 결국 누군가의 재산인데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런 짓을 저지르는지 이해가 안 돼서 주인공한테 공감이 하나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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