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열다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자비네 아이켄로트 외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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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 1878~1956)는 스위스 출신의 독일어권 작가다. 그는 현대 문학사에서 독창적이고 신비로운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지만, 생전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던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작품 활동을 펼쳤다. 20세 무렵 시와 산문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장편소설 『타너가의 남매들』(1907), 『조수』(1908), 『벤야멘타 하인학교』(1909) 외에도 1천 편이 넘는 산문과 단편소설을 썼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 도시, 일상의 삶,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을 섬세한 그만의 시선으로 그렸다.


어떻게 이런 시선으로 숲을 바라볼 수 있었을까?

초록이란 색을 정리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세계관이 궁금해졌다.


평범한 것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시선 때문일까? 그는 1929년 심한 불면증과 환청에 시달리다 스스로 요양 병원에 입원했고, 1933년 이후로 사망할 때까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은 발저의 짧은 산문과 발저의 형 카를 발저(Karl Walser)의 그림이 함께 수록된 책이다. 카를은 로베르트의 형이자 유명한 삽화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였다.


발저의 정서적 세계와 형의 시각적 감각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어떤 사건이나 줄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저의 섬세한 묘사와 사소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 관찰로 가득 차있어 책을 읽는 동안 그가 나지막이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세계관이야!"라고 내게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 초록은? 초록은 왜 그리 무섭고 멋지고 찬란할까? 초록은 불탄다. 봄이 오면 온 세상이 초록으로 불타오른다. 초록은 광란의 색이다.

초록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분노하고, 솟아나고, 활활 타오른다. 초록은 지독하게 진지하고 성스러운 색이다.

초록은 땅 밑에서 순식간에 기어 나와 어두운 예감처럼 사방팔방에서 돋아난다.

아, 초록은 얼마나 위압적인가! p.54~55

[서평]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로베르트 발저, 열림원


초록이 활활 타오른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책에는 초록 외에도 발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이 가득하다.


책의 제목인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은 작가가 산을 오르며 목격한 장면을 그린 글이다. 전나무 숲의 한가운데에 있는 벤치로 간 그는 벤치 위에 놓인 전나무 가지와 작은 손수건, 작은 인형 모자를 봤다. '누가 놓고 갔구나!'라는 생각으로 그칠 수 있는 장면을 보고 그는 이렇게 글을 썼다.


"오, 신이여. 오, 신이여!" 내 속에서 절로 터져 나온 말이었다.

"세상은 이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존재 덕분에 얼마나 아름답고 영원한가! 얼마나 영원히 선하고 또 선한가! 부디 사람들이 세상의 선함과 아름다움, 행복, 위대함,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계속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나는 전나무 가지와 손수건, 작은 모자로 재빨리 다시 한번 시선을 던지고는 서둘러 내려갔다. p.63~64

[서평] 『전나무, 손수건, 그리고 작은 모자가 있는 숲』 로베르트 발저, 열림원


'디아즈의 숲'이란 산문은 그림의 한 장면을 보고 썼다고 한다.


'작가란 이런 시선을 가진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란츠 카프카와 헤르만 헤세가 좋아했던 작가 로베르트 발저.


책을 읽으며, 작가란 평범한 사람과 같은 장면을 봐도 자기만의 색으로 표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발저의 다른 책들은 어떨까?


그의 세계관이 알고 싶어졌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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