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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 -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작가 박삼중 스님은 사형수의 대부로 유명하다. 일본, 태국, 대만, 중국, 뉴질랜드, 영국 등 6개국의 교도소를 찾아 포교를 하던 스님은 우연히 방문한 일본 다이린지에서 정성껏 모셔진 안중근 의사 유묵비와 위폐를 발견한다. 이를 계기로 박삼중 스님은 안중근의 흔적을 좇게 됐다.
스님도 처음엔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을 쏜 애국청년 정도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를 알아갈수록 그게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안중근을 널리 알리기 위해 책을 쓰고, 강연도 하고, 흔적이 있다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니면서 30년의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천주교도 안중근의 흔적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찾아다니는 스님 박삼중을 생각하니 뭔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책의 첫 장을 넘기니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의 추천사가 가장 먼저 보였다. 스님이 낸 책의 추천사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썼다니!!!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는 다른 책의 추천사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유일하게 추천사를 쓴 책이 바로 박삼중 스님의 '코리아 우라'인 것이다. 염수정 안드레아는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바라며 추천사를 썼다고 한다.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삼중으로 산다는 것'으로 박삼중 스님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일본에서 안중근을 만난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계기로 스님이 되었는지? 박삼중 스님의 어릴 적 가정사는 어땠는지에 대해 나와있다.
2장은 '나는 군인 안중근이다'로 안중근은 대한민국의 군인 자격으로 이토를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군인이라면 자기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의군과 의병장의 자격으로 이토를 사살한 것이기 때문이다.p.156 『코레아 우라』 -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소담출판사
안중근은 대한민국의 적으로만 이토 히로부미를 바라본 것이 아니었다. 안중근은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 것에 대해 분개했던 것이다. 그런 큰 뜻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안중근 의사를 영웅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토를 죽인 이유를 모른단 말이오?
그의 죄를 대라면 수십, 수백, 수천 가지를
댈 수 있지만 열다섯 가지만 말하겠소.
첫째,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요
둘째,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셋째, 5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요
넷째, 무고한 한국인들을 학살한 죄요
다섯째,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여섯째,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일곱째,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요
여덟째,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아홉째, 교육을 방해한 죄요
열째, 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열한째,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버린 죄요
열두째,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요
열셋째,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한국이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열넷째,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요
열다섯째, 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라
이 중에 가장 큰 죄는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 죄요.
p.150 『코레아 우라』 -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소담출판사
3장은 '경천, 하늘을 우러르는 마음으로'이다. 2025년을 기준으로 115년 전, 동서양에서 칭송한 용기와 인간 안중근, 영웅 안중근, 국적과 종교를 초월한 우정, 안중근의 유해를 찾아야 하는 이유 등이 담겨 있다.
'청년 안중근의 꿈' 『코레아 우라』를 읽으면서 '안중근의 유해를 찾아야 하는 이유' 부분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 지난달 효창공원을 다녀왔다. 그곳에 있는 안중근의 가묘를 보며, 김구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안중근의 유해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도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생전에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안 의사를 꼽았다. 게다가 안 의사의 고향이 황해도 해주라 북한에서는 자신들에게 연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유해를 우리나라에서 찾도록 협조하자니 북한의 눈치가 보이고, 반대로 북한에 협조하자니 우리나라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p.249 『코레아 우라』 -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소담출판사
안중근의 유해를 두고,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어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 거라고 한다. 박삼중 스님은 책에서 중국 정부에서 모를 리가 없고, 설령 모른다 해도 그걸 알아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거라고 했다.
박삼중 스님은 죽음을 무릅쓰고 국가와 동양의 평화를 위해 희생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 고국으로 모셔오는 것이 역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이 안 의사에게 지고 있는 빚이라고 했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2015년을 기준으로 105년이나 남의 나라 땅에 묻혀 있었는데, 이대로 두다가는 안 의사가 고국에 돌아올 날은 점점 멀어질 것이라며, 스님은 우려의 뜻을 비췄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5년이 되었음에도 안 의사의 유해는 찾지 못했다. 박삼중 스님은 2024년 9월 입적하셨다.
안 의사는 언제쯤 고국의 땅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애국 청년 정도로만 안중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청년 안중근의 꿈' 『코레아 우라』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하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