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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평점 :
'마치다 소노코'는 2016년 『카메룬의 푸른 물고기』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첫 장편소설 『52헤르츠 고래들』로 '서점 대상'을 수상하며 대중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요즘 우리나라 대형서점에 베스트셀러 코너에 보이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작가다.
『새벽의 틈새』는 여성에 대한 작가적 시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는 '여성다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책은 총 5장으로 되어있다. 각각의 장은 독립된 듯하면서도 주인공 '마나'와 그녀의 가족,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로 이어진다.
책의 배경은 가족장 전문 업체인 '게시미안'이다. '게시미안'은 현재 사장인 아쿠타가와 씨의 할아버지가 시작한 회사로 가족장을 전문으로 하는 장의 업체다. 오래된 민가를 개조해서 만든 곳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고인과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라는 콘셉트로 운영 중이며, 이곳은 하루에 한 분의 장례만을 치르는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게시미안'은 남아있는 사람보다는 떠난 사람을 위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마나'는 이곳의 여성 장례지도사이다. 장례지도사는 고인이 가는 길을 편히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마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만족스러워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못하다. 마나와 결혼 생각이 있는 남자친구 '스미나리'는 마나가 장례지도사 일을 그만두기를 원한다. 그는 진심으로 '마나'를 좋아하고 생각하지만, 여자친구의 직업이 매일 시신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녀를 찾아가 자신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던 일을 이야기하며 '마나'를 설득하려고 한다. 그의 진실한 마음에 마나는 잠시 흔들린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려면
내가 행복한 순간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행복을 생각해 보는
시간도 중요한 것 같아.
그의 행복 중 하나는
내가 일을 그만두어야 이루어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일을 그만두면 나는 더는
나로서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스미나리의 행복을 이루어주려면
내 행복을 포기해야 했다. p.337
[서평] 『새벽의 틈새』 - 마치다 소노코, 하빌리스
'마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시미안'에서의 장례지도사 일을 통해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고 있는 '여성다움'의 불공정함에 맞선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마나, 후코, 나쓰메 등)은 '여성다움'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 불공정한 여성다움에 맞선다.
『새벽의 틈새』는 그녀들이 찾아가는 '나다운 삶'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나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현재 누군가의 엄마로서의 삶, 딸로서의 삶, 아내로서의 삶이 아닌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