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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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일기입니다. 훗날 활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거나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것입니다.

88년 여름, 아들을 잃었습니다. 다섯 자식 중에 하나였지만 아들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었습니다. p.9

[출처]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세계사


작가 박완서는 1988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었다.

이 책은 아들을 잃은 후, 작가가 통곡 대신 쓴 글이다.


박완서 작가의 아들은 의대에 들어가 부모의 소망은 물론 허영심까지 충족시켜 줄 만큼 잘 자란 엄친아였다. 인턴 과정을 끝마친 아들은 작가에게 미래에 대한 상담을 했다. 자신은 전문의는 마취과를 원한다며, 어머니는 자신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었다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인턴 과정까지 마쳤으니 작가는 좀 더 그럴싸한 과를 가기를 원했지만, 아들의 확고한 신념은 작가로 하여금 그를 새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품 안의 자식으로만 생각했던 아들이 이렇게 대견한 생각까지 하다니…. 작가에게 아들은 삶의 원동력이자 즐거움, 희망이었을 것이다.


그런 아들을 잃었을 때의 어미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아들을 잃고 나서는 누가 조문을 오는 것도 싫고, 먹는 것조차 몸에서 받지 않았다고 한다. 큰 딸이 부산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엄마를 모시고 간다고 했을 때, 작가가 순순히 따라나선 것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작가가 딸의 집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점은 마음대로 통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자신의 구구절절한 마음을 글로 담아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박완서는 천상 작가구나!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미치고 싶지만, 미칠 수 없는 자신을 탓하며, 머릿속에 드는 생각과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 나가는 과정을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렇게 훌륭한 글로 남길 수 있었을까?


문득 내가 아들 대신 딸 중의 하나를 잃었더라면 이보다는 조금 덜 애통하고, 덜 억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해보는 생각이었다.

[서평]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세계사


작가에게는 네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 다섯 자식이 있었다.


왜? 내게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빼앗아갔냐고 통곡을 하다 작가는 아들 대신 딸 중의 하나를 잃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데까지 생각을 미쳤다고 한다. 머릿속으로는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누가 이런 말을 감히 밖으로 내뱉을 수 있을까? 특히나 글로 남길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생각에 대한 답을 기도를 통해 찾아간다.

박완서 작가의 글은 내게 무서울 정도로 솔직하게 느껴진다.


『한 말씀만 하소서』는 외아들을 잃은 박완서 작가의 슬픔의 기록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작가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는 희망을 선사한다.


이 책은 88년 아들의 죽음 후, 2004년 12월 24일에 초판이 발행된 후, 수필 「언덕방은 내 방」과 이해인 수녀님과의 손 편지가 뒤에 추가되어 2024년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것이다.


삶에 대한 희망을 선물받고 싶다면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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