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평점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제6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제61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관객상', '제32회 밴쿠버 영화제 관객상'을 받으며, 영화로써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가 원작인 일본 소설이다.
영화감독이자 TV 다큐멘터리 연출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원작인 영화와 같은 이름의 소설을 '사노 아키라'와 함께 냈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이 도통 실감 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과연 피로 맺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가능한 것인지
저 자신에게 묻고 고민하며 만들었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대기업 팀장으로 맡는 프로젝트마다 승승장구하는 중인 주인공 료타.
좋은 집에서 가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아내 미도리,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 게이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게이타를 낳았던 산부인과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아이가 바뀌었다.'
'뭐라고? 어떻게 아이가 바뀔 수가 있단 말인가?'
료타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애지중지 키웠던 게이타가 내 핏줄이 아니라니….
료타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진짜 내 자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이타가 태어난 날 병원에서 낳은 아이는 총 세명이었다. DNA 검사를 통해 '게이타'는 료타와 미도리의 아이가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
"그날은 날씨가 아주 좋았죠. 우리 둘이 오키나와의 여름 날씨 같다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이름을 류큐의 류에 갤청을 써서 '류세이'라고 지었죠." p.77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료타와 미도리의 진짜 아이는 전파상을 하고 있는 유다이의 아들 '류세이'였다. 게이타는 유다이의 진짜 아들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가정은 병원 측과 함께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여하튼 이런 경우, 최종적으로는 부모님이 백 퍼센트 '교환'을 선택합니다."p.77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두 가정의 만남에 함께 자리한 아키야마 사무부장은 이런 경우 최종적으로는 부모님이 아이들을 교환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아이들의 장례를 고려할 때,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며, 가능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교환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한다.
아이들의 맞교환이라니….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두 가정의 부모들은 첫 만남의 자리에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고민이 시작된다. 료타는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부모들은 병원 측을 제외하고, 만나기로 했다.
다음 번 모임은 부모뿐만이 아니라 아이들 모두가 함께했다.
유다이는 세 아이의 아빠였고, 그중 류세이는 첫째 아들이었다. 키즈카페에서 만남을 가진 두 가정은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몇 번의 만남 끝에 류세이와 게이타는 주말에 한 번씩 다른 집에 가서 자고 오는 미션을 시작했다.
료타는 류세이와 게이타를 보며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겨우 여섯 살이지만, 자기주장이 강한 류세이를 보고 자신과 닮은 점이 많다는 걸 느끼며, 게이타에 대한 감정은 느슨해져간다.
미도리는 그런 료타가 못마땅하게 느껴진다.
완벽하게 느껴졌던 료타의 가정이었지만,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화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균열의 틈은 점점 넓어졌고,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겼다.
료타는 결국 자신의 핏줄을 택하게 된다.
"게이타, 미안해. 아빠가 네가 보고 싶어서 약속을 깨고 만나러 와버렸어."
그러나 게이타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땅만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계속 걸었다.
"아빠는 아빠도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육 년 동안은 ……. 육 년 동안은 아빠였어. 많이 부족하긴 했어도 아빠였잖니."
[서평]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자신의 핏줄을 선택하는 것에 단호했던 료타는 마지막에 심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단숨에 읽히는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다. 료타의 감정 선의 출렁임을 따라가다 보니 소설은 어느새 끝이 났다.
아이에 대한 사랑을 그린 소설과 영화는 엄마의 관점에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아이를 열 달이나 뱃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보다는 엄마가 아이와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이를 낳아본 엄마의 입장에서도 '내가 엄마가 됐다.'는 것을 실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엄마의 입장에서 아버지가 된다는 느낌을 상상해 보긴 쉽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일 뿐이라는걸,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함께 커가는, 개인에서 아버지가 되어 가는 성장과정을 온전히 엿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