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ian 데미안 세트 - 전2권 - 영문판 + 한글판
헤르만 헤세 지음 / 반석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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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독일의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다. 헤르만 헤세는 작품 속에서 이원적 속성을 가진 인간의 대결과 동양적인 매력, 영혼의 자유 등을 그린 작가다.

그는 인간 내부의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존재를 인정하면서 양면성을 통일시키고 조화를 이루고자 하였다.

헤르만 헤세는 장편소설 외에도 단편소설, 시, 우화, 여행기 등의 다수의 작품을 썼다.

1919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출판된 『데미안』은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쓰인 책이다.

헤세의 나이 마흔 언저리에 쓴 『데미안』은 1919년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 시절 이야기>라는 부제로 출간되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으로 인해 절망 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책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주인공 싱클레어가 열 살의 소년에서 청년기를 거치는 동안 분리된 마음 안에서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갈등의 마지막은 데미안의 도움으로 인해 싱클레어는 선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싱클레어가 열 살이 조금 넘었을 때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프란츠 크로머로 공립학교에 다니는 힘세고 건장한 아이로 재단사의 아들이었다.

사립학교인 라틴어 학교 학생이며 부유한 아버지를 둔 철딱서니 없는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두려워했다. 크로머와 다니면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를 따돌릴 방법이 없었기에 같이 다녔다.

싱클레어는 크로머와 이야기하던 중 도둑질에 관한 이야기를 지어냈는데, 크로머는 그 이야기를 꼬투리로 잡고 싱클레어를 협박한다.

번번이 그는 내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이르겠다고 위협했지만 그럴 때도 두려움보다 애당초 나 자신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뼈아픈 후회가 훨씬 더 컸다. p.45

지어낸 이야기였지만, 당당히 지어낸 이야기라고 이야기할 수 없었던 싱클레어는 그날 이후 크로머에게 협박당하며 끌려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싱클레어가 사는 동네에 데미안이 이사를 왔고, 데미안은 크로머와 싱클레어의 관계를 잘 정리해 주었다.

그뿐 아니라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서 분란이 일 때, 선과 악이 부딪힐 때마다 '나를 찾아가는'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인물이다.

누구나 이런 위기를 겪는다. 평범한 사람에게 이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한 요구가 주변 환경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는 지점이다. 앞으로 난 길을 자신의 뜻에 따라 가장 혹독한 방법으로 찾아야 하는 지점이다. p.62

싱클레어는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때로는 외적으로, 때로는 내적인 갈등을 겪는다.

데미안이 옆에 있으며 조언을 해줄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데미안과는 상관없이 싱클레어는 스스로 성장해간다.

하지만 넌 '허용된'과 '금지된'의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에는 도달하지 못했어. 진실의 일부를 느꼈을 뿐이야. 나머지 부분도 느끼게 될 거야. 믿어도 돼." p.80

"말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크나우어.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없어. 나를 도와준 사람도 아무도 없었지. 네 자신을 받아들인 다음 마음속 깊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해. 다른 방법은 없어. 네 스스로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너는 다른 정신도 찾아내지 못할 거야." p.148

살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 서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오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 된다.

이게 인간의 순리가 아닐까….

아무리 악의 없는 사람이라도 살면서 한 번 혹은 몇 번쯤 경건과 감사라는 순수한 미덕과 충동하게 되는 일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빠르건 늦건 우리 모두는 아버지로부터, 스승들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우리 모두는 혹독한 외로움을 겪어야 한다. p.15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먼저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p.115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 The bird flies to God. That God's name is Abraxas." p.123

『데미안』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이 말이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를 넘어서야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절실히 와닿았던 것 같다.

왜 이 책이 새로운 사회로 진출하려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청년들을 위한 성경'과도 같은 성장소설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지금은 백 세 이상 살 수 있는 시대다.

오십,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무언가를 배우려고 복지관, 도서관 등을 찾는 어르신들이 많다.

어쩌면 이렇게 사회활동을 하는 어르신들도 자신이 살아온 하나의 세계를 부수고 앞으로 더 나아가는 중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고전은 언제 읽어도 새로운 시선으로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강력 추천한다.

이 책은 한글과 영문 두 권이 세트로 묶여 있다.

한글판을 다 읽고 며칠 전부터 영문판을 읽기 시작했다. 영문으로 된 고전을 읽는다는 게 큰 나에겐 모험이지만, 책을 덮는 순간 하나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해 보는 중이다.

반석 출판사에서는 '반석 영한대역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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