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 - 시간을 건너는 집 2 특서 청소년문학 3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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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작가의 장편소설은 세 명의 청소년이 비밀의 장소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엄마와 단둘이 어려운 형편으로 살고 있는 민아, 청담동에서 남부럽지 않은 형편으로 살지만 마음에 병(공황장애)으로 방 밖을 나갈 수 없는 아린, 소년보호시설을 탈출한 소년범 무견, 세 명의 청소년이다.

셋은 우연한 기회에 하얀 운동화를 신게 된다. 하얀 운동화는 마법의 운동화다.

하얀 운동화를 신으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파란 대문의 집이 보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 집의 2층에는 과거, 현재, 미래로 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이곳에 온 아이들은 12월 31일 오후 5시에 '소망 노트'라고 불리는 공책에 이루고 싶은 소원을 한 가지 쓰고, 세 개의 문 중 하나의 문을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하얀 운동화를 신은 이들은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기회를 가지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조건이 있지만, 그것만 지킨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설정이다. 단, 미래로 가든 과거로 가든 '죽음'에 대해서는 바꿀 수 없다.

"이 집이 왜 있는지 생각해 봐. 가족과 학교, 친구에게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서지. 여기 오는 애들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거나 마찬가지야. 난 무견이가 하얀 운동화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생각하지 않네. 10년 전에 왔던 여자아이도 마찬가지였지. 그 애들이 하얀 운동화를 발견한 게 아니라 하얀 운동화가 그 애들을 찾아간 거야." p.27

작가는 '이 집이 왜 있는지?'에 대한 답을 책 속에 녹여냈다. 주인공 세 명은 모두 가족이나 학교, 친구에게서 상처받은 아이들이다. 이들 주변에는 믿고 기댈만한 어른이 존재하지 않았다. 작가는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진실을 숨기는 데서 시작되지. 솔직해야 한다고 충고할 자격이 내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선택의 날까지 마음이 껄끄러울 거야. p.127

꼭 상처받은 청소년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파란 대문 집을 지키고 있는 아저씨도 마음에 상처가 깊은 사람이다. 그 당시는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아이에게 도움을 주었는데, 도움을 받은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자책에 빠진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른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사십이 넘은 나이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책을 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꼈다.

"멤버들은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그 선택이 아니더라도 삶은 선택의 연속이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은 흐르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지. 잘못된 선택을 했나 후회가 들더라도 당시에 최선을 다했다면 안타까워할 필요 없어. 우리에게는 바로잡을 시간이 있으니까.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게 인생이니까. p.131

멤버들은 12월 31일이 되면 과거, 미래, 현재 세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곳에 네가 있어준다면』의 주인공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들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한다.

이들의 최종 선택은 자신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내게 과거, 현재, 미래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내게 과연 민아만큼의 절실했던 순간이 있었나?

나는 타인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어느 정도까지 내놓을 수가 있을까?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이다.

시간을 건너는 집 2 『그곳에 네가 있어 준다면』은 청소년을 위한 장편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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