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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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방식』으로 2023 이효석 문학상의 대상을 수상한 안보윤은 2005년 문학동네 작가 상을 통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작가다. 『애도의 방식』은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승규'는 동전을 던지며 '동주'에게 묻는다.

​"앞? 뒤?"

​동주가 어떤 대답을 하던, 승규는 동주의 뺨을 후려친다.

동전의 앞과 뒤는 매번 승규의 마음대로 바뀐다.

어느 날 승규는 친구 여러 명과 동주를 데리고, 폐건물 옥상에서 놀았다. 다른 친구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승규와 동주만 남게 되었을 때 승규는 다시 한번 묻는다.

"앞? 뒤?"

​동주는 "호랑이"라고 답한다.

동주의 돌발적인 대답에 승규는 잠시 멈췄고, 동전을 확인했다.

그리고 동주의 뺨을 후려치려는 순간.

동주는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승규는 자신의 힘에 못 이겨 폐건물 아래로 떨어졌고, 죽음을 맞이했다.

승규 엄마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고 싶어 동주를 찾아온다.

"너는 거기서 대체 뭘 했니?"

동주의 엄마와 변호사는 동주에게 불리할 수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사건은 마무리가 됐다.​

나는 그 모든 장면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러나 기억은 언제고 형태를 바꿔 나를 끌어들였다. 옥상 위 그 자리로 끝없이 나를 불러들였다. 어느 때의 나는 승규의 주먹에 얻어맞아 어금니가 깨졌다. 어느 때의 나는 승규에게 휩쓸려 공사장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p.33

출처 입력

사건은 종료됐지만, 동주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거듭되는 상상은 현실보다 혹독했다. 나는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승규를 밀쳤다. 매 순간 나는 필사적이었다. 오롯이 진심이었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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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한 동주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까지 끈질기게 찾아오던 승규의 엄마는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동주를 찾는다.

그동안 정말 미안했다. 진심이야.

여자가 말한다. 그러고는 뒤돌아 걷기 시작한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걸음걸이다. 흙길이 끝날 즈음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잊어버릴 것처럼 평범하다.

나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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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주는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글을 읽고 나니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도의 방식』이라는 다섯 글자로 이 소설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것 같다.

승규 엄마에게는 승규의 죽음이 이별의 시작이었다. 승규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동주를 찾아왔던 동안 승규 엄마는 남은 삶을 승규를 추억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동주에게 승규의 죽음은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이었다. '나'를 괴롭히던 현실의 승규는 사라졌지만, 동주는 매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타협하거나 굴종하거나, 저항하거나 복수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동주'는 괴롭다. ​

'나'는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이제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사람의 얼굴, "비리고 물컹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표정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와 애도, 그리고 복수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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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 또는 주변 상황에 이끌려 입을 다물지만, 가끔은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며, 당시로 나를 끌고 갈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런 장면들이 많이 떠올랐다.

이 책에는 안보윤 작가의 『애도의 방식』과 『너머의 세계』 두 작품이 실려있다.

『너머의 세계』도 결은 다르지만 학교 폭력에 관한 글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로 괴로워하는 선생님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명쾌한 정답이 없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안보윤 작가의 소설은 읽는 내내 통쾌함을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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