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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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의 작가 미셀 드 몽테뉴는 16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에세이' 장르를 최초로 고안한 모럴리스트이다.

몽테뉴는 1533년 보르도 시장인 아버지와 유대인 혈통의 어머니 앙투아네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6살에 보르도에 있는 귀엔 학교에 입학해 스콜라 학자들로부터 엄격한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15살에 대학을 들어간 그는 법학을 전공했고, 보르도 고등법원의 법관으로 일했다.

법관으로 일하며 『자발적 복종』을 쓴 철학자이자 법률가 에티엔 드 라 보에티를 만났다. 라 보에티는 젊은 나이에도 당시 정치 상황을 가감 없이 비난했고 몽테뉴는 그런 라 보에티를 존경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을 오래가지 못했다. 라 보에티가 33세의 나이로 페스트에 걸려 사망한 것이다.

라 보에티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와 남동생도 사망했다. 몽테뉴는 37세에 은퇴를 선언하고 자신의 성 꼭대기에 서재를 꾸미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서재에서 쓰인 책이 바로 『수상록』이다.

『수상록』에는 옷차림서부터 우정, 신앙, 상상의 힘, 고독, 사회, 관습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가 담겨있다. 도저히 서재에 가만히 앉아서 썼다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 가득하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몽테뉴가 한 생각은 '나는 무엇을 아는가?'였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자신의 삶을 통찰하기 위해 쓴 『수상록』은 다양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고, 끝맺음이 있는 '소설'이 아닌 다른 장르 '수필(에세이)'이란 장르를 탄생시켰다.

아테네 데마데스는 마을에서 장례식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한 남자를 비난했다. 그가 너무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으며 그 이익은 많은 사람이 죽어야만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그릇된 판단인 거 같다.

본래 이익이란 다른 사람의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으므로 그의 말대로라면 모든 이익이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p.54

본래 이익이란 다른 사람의 희생 없이는 얻을 수 없을까?

몽테뉴는 책에서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한 사람에게만 이로운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해롭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자신에게 자문해 보면 우리의 깊은 욕망은 타인의 희생으로 탄생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자연은 보편 규칙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주의자들은 모든 것의 탄생, 성장, 증진은 다른 것의 변질과 손상에 상응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p.55

변질되고 그 한계를 넘을 대마다 즉시 그전에 존재했던 것이 소멸한다. - 루크레티우스

이 부분을 읽는데 부모님 생각이 났다. 부모님의 희생으로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님의 건강은 쇠약해졌다. 또한 현재 두 아이의 부모가 된 나는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정말 다른 사람의 희생 없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없는 걸까?

블루오션이라는 건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은 걸까?

500년 전에 몽테뉴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이런 내용을 썼을까?

『수상록』에는 쉽게 읽고만 지나칠 수 없는 다양한 주제들이 있다. 지금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이 책이 500년 전에 쓰였다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생각은 비슷한 걸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왜 몽테뉴를 역사상 최고의 작가(오슨 웰스), 최초의 완벽한 근대인(레너드 울프)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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