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들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아동 인권 이야기
박명금 외 지음 / 서사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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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인권 이야기』는 인권 강사 박명금, 손민원, 김보희, 김보선, 김현정 이렇게 다섯 명의 저자가 양육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아동인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아동과 양육자를 돕기 위해 썼다고 한다.


1부. 영유아에게도 인권이 있을까?

2부. 초등학생, 어리다고 얕보지 마세요.

3부.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일상에서 일어날 만한 일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제시한다. 다음은 그 구체적인 상황을 인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더한다. 각 장은 '아동 인권 한 스푼'이란 페이지로 마무리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p.69


책에서 위의 문구를 접했을 때, "그래, 그래야지!"라며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구에는 모순이 있다. "어린이는 어때야 한다."라는 문구는 아동이 주체가 되지 못했다. 이 문구를 이야기한 사람은 스스로를 '사령관'이라는 지위에 놓고,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비판적 관점에서 다시 한번 위의 문구를 봤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다른 시간에 놀고 싶을 수도 있다.

건강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데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는 말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행복해야 한다.'도 마찬가지다. 행복은 상황에 따른 감정이지, 물건처럼 얼마를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의 문구에서 어린이를 이란 단어를 '너는'이란 단어로 바꿔봤다.


"너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너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너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누군가 성인이 된 내게 이런 말을 했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당장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와서 집에서 쉬고 싶은 내게,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면, 나에 대한 배려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 사람과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한 번에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이란 주어 대신 '어린이는'이라는 주어가 쓰였을 땐 이 문구가 꽤 그럴싸해 보였다.


"학원 수업 들을래?", "나를 따라가서 놀이할래?"라는 질문은 O, X 밖에 없는 선택지를 주고 또 다른 방식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p.70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가장 많이 써먹었던 질문이라 책을 읽으며 뜨끔했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잘 놀고, 잘 성장할 힘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표대로 지금을 즐기고 행복을 추구할 힘이 있습니다.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서 진짜 필요한 것은 아동의 유능함에 대한 신뢰입니다. p.70


아이들은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잘 놀고, 잘 성장할 힘이 있습니다.

이 문장이 내겐 가장 크게 와닿았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면서 사회를 경험하고, 자연에서 뛰어놀면서 세상엔 사람 이외에도 많은 생명을 가진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를 위해 내가 뭘 해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동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아동의 유능함에 대한 신뢰'라는 말을 아이를 키우는 내내 되새겨야겠다.


책을 읽으며 뜨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내가 아이들이 되어본다면 그동안 얼마나 억울했을까라는 생각이 든 곳도 있었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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