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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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에는 「야구 규칙서 8장 '심판원에 대한 일반 지시 - 이승훈」, 「울다 - 김단한」, 「인간다운 여름 - 고반하」,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함서경」, 「여보, 계(Hey, checken!) - 강솟뿔」 이렇게 다섯 작품이 실렸다.


다섯 작품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의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에는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함서경」이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함서경』


작가 함서경은 경희대학교에서 도자기를 공부하고 도예가, 디자이너 그리고 글 쓰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too much love will kill you」는 좀비 바이러스 이야기다.


좀비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하고 사망자가 5만 명에 이르자 정부는 '총기류 소지 및 감염자 사살 허가 법령'을 긴급 시행했다. 바이러스 치료제는 10개월 후에 개발됐고, 그 사이 승인된 백신들이 있었지만, 좀비 바이러스를 종식할 만한 유효성이 없었기에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좀비는 총을 맞아도 계속 일어나지만, 이 작품에서 좀비는 총에 맞으면 죽는다는 설정을 했다. 그렇게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총으로 자신을 무장했고, 우리나라는 더 이상 총기 소지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게 된다.


10개월 후 85%의 치료율을 자랑하는 치료제가 개발되자 정부는 원거리 단발 발사가 가능한 주사용 약제를 도입해 감염된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상이 회복되는 속도가 치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혼란한 상황에서 정부는 좀비 바이러스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했다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살아남은 자는 '비감염자'와 '치료자'로 나뉘었고, '치료자'는 감염 당시 외상을 입지 않은 사람과 눈에 띄는 외상을 입은 자로 나뉘었다. 외상이 심한 치료자는 재앙의 원흉으로 취급되며 사회의 절벽으로 내몰렸다.


배경 설정이 굉장히 탄탄하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빌라 5층에 살고 있던 주인공은 집 안에 쌓인 재활용품을 밖에 내놓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는데 동시에 맞은편 문이 열렸다. 앞집 사람이 살아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움직임을 주시한 주인공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 경계심을 풀고, 그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고개를 든 남자의 한쪽 뺨이 푹 패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주인공은 순간 총을 뽑아 그에게 겨눴다. 그리고 그가 치료자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총을 거둔다. 짧은 순간 주인공의 잘못된 판단으로 앞집 남자를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인공은 총을 거두고 사과했지만, 앞집 남자에게 계속 마음이 쓰인다.


빌라에서 둘만 살아남은 외로운 상황에 이 둘은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지낼 정도로 친해진 앞집 남자와 주인공에게 어떤 사건이 생기게 되고, 그 일로 앞집 남자는 자기가 주인공 옆에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내가 없어야 한다는 걸."

어느덧 나는 너의 위성이 되었다고 말할 걸 그랬다. 행성을 잃은 위성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물어볼 걸 그랬다. 내가 말하지 않고 묻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돌아섰다. p.215


주인공을 위해 앞집 남자는 떠났지만, 그는 주인공 주위를 맴돈다. 주인공은 떠나는 그를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갖고 살아간다. 주인공과 앞집 남자의 관계는 서로에게 필요하고, 의지하는 존재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행성과 위성의 관계로 나타낸 것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마지막에 또 다른 반전을 준비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외로움을 좀비 바이러스라는 것을 통해 잘 나타내 준 작품인듯하다.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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