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맥베스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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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 중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맥베스>의 정식 타이틀은 <맥베스의 비극>이다.

중세 스코틀랜드를 배경을 한 이 작품은 왕에게 충성했던 장군 맥베스가 반란을 진압하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녀 세 자매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녀들은 맥베스를 보고 앞으로 코더의 영주가 되고, 곧 왕이 되실 분이라는 예언을 하고 사라진다.

뱅쿼 : 어둠의 세력들은 종종 우리에게 해를 입히려고 슬쩍 진실을 알려주고 믿게 만든 다음 그걸 미끼로 배신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유도하니까요. p.23

반란을 진압하고 왔다는 소식을 전하던 자리에서 왕은 맥베스를 코더의 영주로 명했다. 마녀의 첫 번째 예언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맥베스는 자신이 곧 왕이 되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보다 자신이 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욕망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다.

"내가 왕이 되려면 지금의 왕이 죽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기에 맞게 왕은 맥베스의 성에서 하루를 머문다. 맥베스는 지금이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될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하며, 부인에게 마녀들의 예언을 말한다. 하지만, 그동안 충성했던 왕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려고 하니 내적 갈등이 일어나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맥베스 부인 : 위대한 글라미스의 영주님, '얻고 싶다면 행동하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가장 지혜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두려워하는 일을 하는 편이 낫다고.' 말이에요. p.31

그런 맥베스의 약한 마음을 간파한 부인은 맥베스에게 용기를 주며 행동하라고 부추기고, 결국 맥베스는 왕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른다.

맥베스 : 아, 마음속에 전갈이 한가득 들어 있어. p.80

왕에 자리에 올랐지만, 그의 불안한 심리상태는 점점 커졌다. 그는 다시 마녀를 찾는다. 마녀들은 유령을 불러냈고, 맥베스는 두 번째 유령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두 번째 유령 : 피를 묻히고, 대담해지고 단호해지세요. 인간의 힘을 경멸하고 비웃어요. 여성에게서 태어난 누구도 맥베스를 해칠 수 없으리니. p.108

"여성에게서 태어난 누구도 맥베스를 해칠 수 없으리니." 이 말을 듣고 난 맥베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여성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여성에게서 태어난 누구도 맥베스를 해칠 수 없으리니." 이 장면을 읽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구절을 썼을 땐 분명 여성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누군가의 존재를 만들었을 텐데…. 그 존재가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책에는 생각해 봐야 할 토론 주제로 좋은 대사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아들 : 맹세를 어기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반드시 목을 매달아야 한다고요?

맥더프 부인 : 전부 다.

아들 : 누가 그들을 매달죠?

맥더프 부인 : 그건 가장 정직한 사람이겠지.

아들 : 그럼 맹세하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이들이군요. 맹세하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많아서 가장 정직한 사람을 이긴 뒤 그들을 목매달아도 되잖아요. p.117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보다 지금은 훨씬 과학문명이 발달했다. 그럼에도 이해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예언이나 괴담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런 예언들이 맞아떨어지는 순간도 경험한다.

가끔은 심심풀이로 타로 점을 보며,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점을 보는 사람 입에서 나오면 믿고 싶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면 미신이라고 취급하면서도 그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인간의 심리상태를 잘 묘사한 <맥베스>를 읽으며, 왜 이 작품이 4대 비극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잔인한 작품이라고 소개되는지 알 것 같았다. 세계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책.

미래와 사람 출판사에서 낸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맥베스』는 각주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 무대를 보듯 읽힌다.

『맥베스』를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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