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경복궁 - 궁궐의 전각 뒤에 숨은 이야기
정표채 지음 / 리얼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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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표채는 단국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공주대학교 문화유산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고적답사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고, 2000년부터 나의 문화유산 답사(Daum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궁궐 지킴이'로서 15년간 경복궁에서 해설 활동 중이다. 그는 15년간 해설 활동을 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복궁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 권으로 읽는 경복궁』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말.

일반적인 경복궁 책들처럼 공간적으로 외조와 치조, 연조로 구분하고 그에 관련된 전각과 용도 등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생각과 사상을 이해하면서 구현한 경복궁에 담긴 원론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이는 경복궁이 삼재의 원리에 의해 지어진 궁궐로 하늘, 땅, 사람의 조화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작가는 이 책을 쓸 때 다른 책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삼재의 원리(하늘, 땅, 사람)를 이야기했고, 동양 사상에 대해 언급했다. 동양 사상은 지금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 선조와 역사 속에 깊이 묻어있는 사상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며, 경복궁 역시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분까지는 '아!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장을 넘겼다.

'경복궁의 조성 원리와 전각 배치, 음양오행과 삼재, 문과 전각에 담긴 생성의 원리, 광화문 8괘와 64괘 문양의 의미' 처음부터 약 30 page까지를 읽으며, 왜 작가가 동양 사상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책의 처음 부분은 삼재를 비롯해 음양, 오행, 8괘, 64괘, 36궁 주역, 28수, 홍범구주, 지천태 등 동양 사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들어보기 힘들었을 용어가 나온다. 작가는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기본과 기초'를 무시하고 손을 놓아서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며, 생소한 용어는 모두 별개처럼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하나로 통합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를 이해하면 다른 하나는 덤으로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30쪽까지 읽는 동안 집중하기가 힘들었고, 여러 번 읽으며 그 의미를 되짚어보려 했다. 세 번 정도 반복하며 읽었는데도 이해가 쉽지 않아 그냥 쭉 읽어나갔다. 다행히 31쪽부터는 내가 궁금했던 경복궁 궁궐의 전각 뒤에 숨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앞부분에 나가지 않던 진도가 31쪽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쭉쭉 읽히기 시작했다.

오복과 황극을 세우는 곳

강녕전은 5동의 전각이기도 하지만 전각의 앞면과 옆면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강녕전의 칸수를 세어보면(1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 앞면은 11칸이고 옆면은 5칸으로 총 55칸이다. '55'는 '1'에서부터 '10'까지 숫자의 합이다. 하늘과 당의 모든 '수'의 이치와 원리를 담고 있다고 본다. 강녕전이 '55칸'인 이유는 전각이 크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천지의 이치를 담고 있는 전각이기 때문이다. 또 강녕전에서 '5'는 오복으로 해석하므로 5가 연속으로 있는 '55'도 오복과 관련이 있는 숫자라 하겠다. p.115

세종과 구종직의 깜짝 만남

구종직은 세종에서 성정까지 다섯 왕을 거치면서 관직을 지냈으며 벼슬은 종 1품인 좌찬성까지 이르렀다.

- 중략-

이에 임금은 경회루에 몰래 숨어 들어온 종직을 혼내는 대신에 노래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임금은 이 노래에 대해 칭찬하고 다시 한 곡을 들은 후 다시 물었다.

"그대는 경전을 외울 줄 아느냐?"라고 하니 종직은 "<춘추>를 외워 보겠습니다."라고 거침없이 <춘추> 한 권을 술술 다 외웠다.

이튿날 왕은 승지에게 명하여 종직은 교서관 부교리에 제수하였다. 정 9품 교서관 정자였던 그가 하룻밤 사이에 경회루에서 왕과 만난 후 '종 6품 부교리'로 초대박 승진을 이루자 조정은 난리가 났다. p.279~281

동양 사상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세종과 구종직의 만남처럼 이야깃거리도 중간중간 섞여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쉽게 풀어쓴 스토리텔링 위주의 책보다 『한 권으로 읽는 경복궁』은 조금 난이도가 있게 느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경복궁을 처음 갔을 땐 아무것도 모르고 안내 책자만 들고 다녔다. 그 당시 경복궁은 내게 산책코스였다. 다음번에 갔을 땐 해설 시간에 맞춰 해설사를 따라다니며 들었다. 기억이 남는 건 많이 없었지만,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후로도 몇 번을 가보며 여러 해설사를 만났다. 정말 하나라도 더 이야기해 주고 싶어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해설사도 있었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해설해 주는 사람도 만나봤다.

해설사 나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다.

『한 권으로 읽는 경복궁』을 쓴 작가를 해설사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동양 사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다면 해설 시간이 지나서 나머지 공부를 시켜서라도 이해를 시키려 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열정이 느껴졌다.

조금은 어렵지만, 경복궁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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