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최진석은 1959년 전남 신안의 하의도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중국 헤이룽장대학교를 거쳐 베이징대학교에서 「성현영의 '장자소'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퇴임한 그는 현재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으로 있다.

인간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멈추면 부패하지만 건너가면 생동합니다. 건너가기를 멈추면 양심도 딱딱하게 권력화됩니다. 건너가기를 멈추고 자기 확신에 빠진 양심은 양심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도덕도 마찬가지입니다. 건너가기의 힘은 책 읽기로 가장 잘 길러집니다. 우리 함께 책을 읽고 건너갑시다.

최진석,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서문

읽고 건너갈 징검다리로 작가 최진석은 『돈키호테, 어린 왕자, 페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걸리버 여행기, 이솝우화, 아Q정전, 징비록』 총 열권의 책을 골랐다. 각기 다른 작가가 쓴 작품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열권의 책을 왜 이렇게 배열했는지 중간중간 자신의 의도를 이야기한다.

한 걸음마다 교수 최진석은 책을 어떻게 봤는지? 작가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삶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의견을 곁들인다. 글의 마지막은 독후감으로 마무리된다. 초등학교 이후로 독후감을 써 본 적 없는 독자로써 '철학과 교수는 독후감을 어떻게 쓸까?'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p.148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부분 독후감의 제목이다. 제목만 봐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84일 동안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노인이지만 조건과 환경, 자신도 탓하지 않는다. 85일째가 되던 날 바다로 나가면서 "85는 행운의 숫자이지."라고 말하는 노인의 낙관적인 내공은 독자를 부끄럽게 한다. 이런 낙관적인 자세는 자신을 믿는 자만이 가질 수 있다면서, 85일 만에 잡은 청새치는 그런 할아버지의 신뢰의 결과인 것이라 이야기한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자! 이보다 더 높은 사람이 또 있을까? 노인은 자기가 어부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소유의 길이 아니라 존재의 길을 가는 자들은 언제나 자기에게 당당하다. 이는 작은 이익들에 휘둘리는 삶이 아니라 자부심과 존엄을 지키는 삶을 살겠다는 인간 선언이다.

세 장 정도 되는 독후감을 읽으며 강연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은 한 번만 읽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내용, 줄거리만 봐오던 내게 도서관에서 독서 수업은 책을 제대로 보는 방법을 알려줬고, 코로나19로 인해 독서 수업을 듣지 못하던 내게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이란 책은 갈증을 풀어줬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 기억에 없던 책과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을 읽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다음'을 향해 나아가야겠다.

고전 강의를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직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