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 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 예술교육대회 조직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중에게 그를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한 것이다. 그때 굴렁쇠를 기획한 사람이 바로 이어령 선생이다. 2021년에는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 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길고 길었던 지적 여정의 대비를 장식할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집필했다. '한국인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두 시리즈의 방대한 원고를 머리맡에 두고 영면에 들었다.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중 <너 어디에서 왔니>와 <너 누구니>가 출간되었으며, 『너 어떻게 살래』가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너 어떻게 살래』는 '창조의 아이콘, AI를 말하다.'로 이어령이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을 서술한 책이다. 책의 첫 장은 AI를 말하기에 앞서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꼬부랑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할머니는 어젯밤에 했던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다가 꼬부랑 강아지를 만나….
아이는 쉴 새 없이 꼬부랑이란 말을 따라 꼬불꼬불 꼬부라진 고갯길을 따라가다 이야기 속 그 고개를 다 넘지 못한 채 잠들어 버린다. 왜 인공지능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를 했을까? 그 점이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은 목차를 보면 바로 풀어진다.
『너 어떻게 살래』는 안드로이드 고개, 미래의 동화 고개, 아버지 찾기 고개, 이세돌 고개, 바둑 고개, 태극 고개, AI의 마을로 가는 고개, 딥 러닝 고개, 구글 고개, 생명 고개, 인터페이스 고개, 디지로그 고개 이렇게 12개의 고개로 되어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꼬부랑 할머니가 해줬던 이야기처럼 꼬불꼬불 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