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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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스파이를 이용한 전투가 시작될 분위기로 1권이 마무리된다.

2권에서는 스파이로 보냈던 쥐 '폴'의 활약으로 협상이 시작되고, 쥐의 우두머리와 바스테트와의 관계도 호전된다. 마지막 부분은 죽은 줄 알았던 고양이가 살아남아 바스테트를 구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인간이 아닌 고양이 바스테트의 입을 통해 전한다.

저는 앞으로 우리에게 어느 부족, 인간, 어떤 동물 종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계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저를 뽑아 주신다면 특정 종이 아니라 모든 종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 중략 -

이렇듯 모든 것은 상호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지금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쥐가 아니더라도 다른 동물이 분명히 우리를 공격해 올 것입니다. 바퀴벌레일 수도 있고 비둘기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식물일 수도 있어요.

p.287~288

쥐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인간과 고양이의 연합체는 앞으로 살아나갈 대표를 뽑기로 하고 거기서 바스테트는 위와 같이 연설을 한다. 바스테트는 총회의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최초의 비인간 정치 지도자이고, 선구자라는 말로 표를 얻으려 한다.

자신이 의장이 되면 다른 종의 대표자들을 보다 많이 총회에 받아들일 계획이라며, 개, 조류, 어류, 곤충류의 대표까지도 총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공약을 내건다. 그러나 인간이 총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스테트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란 쉽지 않다. 바스테트는 103명의 투표단 중 본인을 포함해 총 3표를 얻는다.의장은 물리적으로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이 된다. 그것도 2위와 2.5배 이상의 득표 차이로 승리를 거둔다.

이 부분을 읽으며 지난날 우리의 역사가 생각났다.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자 물리적으로 힘이 있는 군부정권이 들어선 일이 오버랩되며 역사는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가?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제일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그간 벌어진 일을 나 자신의 버전으로 후대에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한, 내가 이룬 모든 성취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내 생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고양이들의 생각은 인간들을 흉내 내려 하는 하등한 동물 종의 생각으로 치부되고 말 것이다.

집사 말이 옳았어요. 말로 하는 소통에는 실패했으니 이제 글로 소통을 시도할 차례예요. 미래 세대에게 내 얘기를 들려줘야겠어요. 집사가 내 필경사가 되어 줘요.

p.294~295

역사의 기록은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가 아닌 입장에서의 기록이 있어야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고, 똑같은 비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며 전 세계가 하나이고, 환경과 우리의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뼈져리게 느꼈다. 그런 일을 겪고 난 후 이 책을 읽으니 공감 가는 부분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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