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코로나 이전 우리나라 방송에도 몇 번 출연했던 작가다. 그는 일곱 살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공은 법학이지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글을 발표해 오다가 1991년 『개미』를 출간하며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20대 초반에 『개미』를 읽으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는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졌고 그때부터 나는 베르베르의 팬이 되어 그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개미』이후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작품과 신들의 이야기,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 등을 소재로 글을 써온 그는 몇 년 전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인간을 상대하는 『고양이』를 출간한 뒤 그 고양이가 주인공이 된 또 다른 작품 『행성』을 내놓기에 이른다.
『행성』의 주인공은 고양이 '바스테트'이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고 산다는 게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인데 이 소설은 파리에 살던 고양이 바스테트가 쥐가 없는 신세계를 찾아 뉴욕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설정이 참 흥미롭다.
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한 바스테트는 항구에 닻을 내리기 전 고양이 특유의 감각으로 뉴욕에는 파리보다 백배가 넘는 쥐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쥐의 공격으로 같이 배를 타고 온 동료를 잃은 채 겨우 뉴욕의 한 고층 빌딩에 도착한다.
고층 빌딩에는 쥐를 피해 도망 온 인간들이 살고 있다. 인간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빌딩 안에서의 생활을 하며 어떻게 하면 쥐를 없앨 수 있을까? 궁리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때 파리에서 바스테트를 몰아냈던 쥐가 뉴욕에 도착하고 쥐들은 연합을 이뤄 인간이 살고 있는 빌딩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바스테트는 제3의 눈을 이용해 인간과 협상을 시작한다.
이번 소설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스테트의 엄마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