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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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코로나 이전 우리나라 방송에도 몇 번 출연했던 작가다. 그는 일곱 살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공은 법학이지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글을 발표해 오다가 1991년 『개미』를 출간하며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20대 초반에 『개미』를 읽으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는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해졌고 그때부터 나는 베르베르의 팬이 되어 그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개미』이후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작품과 신들의 이야기,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 등을 소재로 글을 써온 그는 몇 년 전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인간을 상대하는 『고양이』를 출간한 뒤 그 고양이가 주인공이 된 또 다른 작품 『행성』을 내놓기에 이른다.

『행성』의 주인공은 고양이 '바스테트'이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먹고 산다는 게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인데 이 소설은 파리에 살던 고양이 바스테트가 쥐가 없는 신세계를 찾아 뉴욕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설정이 참 흥미롭다.

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한 바스테트는 항구에 닻을 내리기 전 고양이 특유의 감각으로 뉴욕에는 파리보다 백배가 넘는 쥐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쥐의 공격으로 같이 배를 타고 온 동료를 잃은 채 겨우 뉴욕의 한 고층 빌딩에 도착한다.

고층 빌딩에는 쥐를 피해 도망 온 인간들이 살고 있다. 인간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빌딩 안에서의 생활을 하며 어떻게 하면 쥐를 없앨 수 있을까? 궁리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그때 파리에서 바스테트를 몰아냈던 쥐가 뉴욕에 도착하고 쥐들은 연합을 이뤄 인간이 살고 있는 빌딩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바스테트는 제3의 눈을 이용해 인간과 협상을 시작한다.

이번 소설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스테트의 엄마의 말이다.

힘이 세다고 우두머리가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야 우두머리가 되는 거야. p.17

누군가에게 쫓길 때 중요한 건 추격자보다 빨리 뛰는 게 아니야. 추격자가 너 대신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도망자보다 빨리 뛰는 게 중요한 것. p.286

상황이 너한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그것이 너의 어떤 비밀스러운 계획의 일환인 것처럼 상대가 믿게 만들어야 해. p.306

멍청이들과는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단다. 경청할 의지도 배울 자세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p.348

이렇게 바스테트가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책을 읽는 동안 공감을 자아낸다.

읽기와 쓰기 그리고 책의 문화를 만들어야지.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견고한 지식이니까. 글을 써야 해. 그래야 네 생각을 책에다 고정할 수 있어. 책이라는 대상을 정복하지 않으면 시간과 공간을 정복할 수 없어. 우리의 생각은 책을 매개로 경계를 뛰어넘어 무한히 확산될 수 있어. 우리의 생각에 불멸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책뿐이야. p.71

미래는 권력을 쥔 자들의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자들의 것이다. p.312

위의 문장이 작가가 『행성 1』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2권에서는 쥐 스파이를 이용한 전투가 시작될 분위기로 1권이 마무리된다. 어떤 내용이 2권에서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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