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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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 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 문화 예술교육대회 조직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대중에게 그를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한 것이다. 그때 굴렁쇠를 기획한 사람이 바로 이어령 선생이다. 2021년에는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 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는 이어령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의 가장 처음을 장식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어머니는 내 환상의 도서관이었으며

내 최초의 시요 드라마였으며

내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이야기책이었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이 생각하는 어머니는 항상 자신이 잠들기 전에 머리맡에서 책을 읽고 계셨고, 어느 책들은 소리 내어 읽어주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런 어머니 덕에 그는 글자를 알기 전에 책을 먼저 알았다고 한다.

수술을 받기 위해서 어머니는 서울로 가셨다.

-중략-

어머니는 귀한 것이라고 머리맡에 놓고 보시다가 끝내 잡숫지 않으시고 나에게로 보내주신 것이다. 그 노란 귤과 거의 함께 어머니는 하얀 상자 속의 유골로 돌아오셨다.

물론 그 귤은 어머니도 나도 누구도 먹을 수 없는 열매였다. 그것은 먹는 열매가 아니었다.

그 둥근 과일은 사랑의 태양이었고 그리움의 달이었다.

그 향기로운 몇 알의 귤은 어머니와 함께 묻혔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 산문집- p.33

책의 처음은 자신이 어린 시절 기억하던 어머니로 시작한다. 어머니가 병원으로 떠나시던 날 11살의 이어령에게 다리를 좀 주물러 달라고 했을 때 그는 숙제를 핑계로 주물러 드리지 않았는데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어려서 잘 몰랐을 수 있었겠지만, 커가면서 어머니의 부재를 많이 느꼈을 텐데…. 어린 시절 이어령에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뭉클함이 느껴졌다.

그는 어머니를 '현존하는 거대한 부재' 바다로 비유한다.

슬프게도 바다에는 육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원하면서도 공허한 그 바다는 육체가 아니라 영혼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살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죽어 있는 것, 꽉 차 있으면서 텅 비어 있는 것. 이것이 바다의 역설이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 산문집- p.38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힘이 있다.

2부에 있는 '이마를 짚는 손'에서는 이런 비유를 하고 있다. '그것은 타인의 손이면서도 이미 타인의 것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어릴 적 감기에 걸려 열이 났을 때, 배탈이 나 배가 아플 때 어머니가 배를 문질러 주거나 이마에 손을 한 번 얹는 것만으로 마음에 안정을 찾고 스르르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내게도 있다. 의학적으로 알약이 훨씬 효과가 있었겠지만, 약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어머니라는 존재가 채워줬던 것 같다.

4부까지 이어지는 책에선 이어령이 생각하는 어머니를 통해 나와 내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어릴 적 좋았던 기억, 안타까웠던 순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되돌아보며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책.

어머니가 되고 나서 읽었기에 더 와닿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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