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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오늘이 그리워진다 - 20대 끝자락, 세계여행에서 진짜 매운 맛을 알게 되다니!
언언 지음 / 이비락 / 2022년 4월
평점 :
『어차피 오늘이 그리워진다』의 작가 언언의 본명의 허가언이다. 그녀는 자신이 글과 그림이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다가 20대 끝자락 세계여행을 떠나서 그림 실력을 알았고, 출판사를 만나 글쓰기에 소질이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현재는 가구 디자인 회사를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N 잡러로 살고 있다.
이 책은 그녀가 남자 친구와 1년 동안 동남아시아, 인도, 네팔, 이집트, 유라시아의 세계여행을 다니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른 여행기와는 달리 어디서 며칠을 묵고, 뭐를 했고, 이곳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이런 뻔한 여행기가 아닌 한 지역에 한 달씩 머무르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숙소에 머물고, 글만 쓰는 날도 있던 그런 타이트하지 않은 여행이었음이 글을 읽는데 느껴졌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아픔을 글로 쓰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남자 친구와 싸운 이야기, 헤어지려고 했지만 크루즈를 미리 예약한 200달러 때문에 크루즈 여행까지만 하고 헤어지자고 했던 이야기 등은 있을 법한 공감 가는 상황으로 책을 읽는데 재미를 더했던 것 같다.
1년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작가 언언이 가장 변한 것이 있다면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더 가지지 않고 살고 싶다고 한다. 읽는 내내 공감을 많이 할 수 있는 책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20대 중반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을 하며 당연히 20kg 가방을 샀는데, 막상 짐을 싸보니 반도 차지 않아 뭔가를 채워가야 하나?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여행 내내 그 가방은 채워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도 7kg 가방을 샀을 텐데…. 가 봤던 곳은 지난 여행을 추억할 수 있어 좋았고, 가보지 못했던 곳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생각,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게 인생이 아니라는 깨달음,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위로, 갈등이 생겼을 때 사람과 내 마음을 대하는 방법 등이 담겨있는 책이다.
오랜만에 편하게 읽고 지난날 내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여행 에세이를 만나 읽는 시간 동안 내 20대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고, 다시 여행을 갈 기회가 있다면 작가 언언처럼 색연필과 스케치를 할 수 있는 작은 노트를 챙겨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과는 다른 그림의 매력이 느껴졌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