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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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미카엘라 르 뫼르는 2011년부터 폐기물, 플라스틱 재료, 재할용에 대한 연구를 하며 이 주제로 2019년이 논문 『플라스틱 시티 : 베트남의 삶과 생태학적 변혁에 관한』연구를 쓴 인류학 박사다. 그는 플라스틱 재료의 생애 주기를 추적하며 생태, 도시 및 정치의 중요성에 중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저서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는 우리가 분리수거한 쓰레기가 어떻게 모아지고 처리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 분리수거가 이루어진 건 1995년이다. 그전까지 쓰레기를 돈 내고 버려야 한다는 개념이 없던 우리 민족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몇 년을 거쳐 2002년 다시 제도를 정비하고 전국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지금은 물을 마트에서 사 먹는 일이 흔해지고 당연해졌지만, 2000년 초만 해도 물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과 같이 1995년 분리수거가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가 버려지는 게 아닌 재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분리수거를 시작했고,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생각에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알지 못한 채 뿌듯함을 느끼며 20년 이상 재활용을 해오고 있다. 내가 열심히 분리수거한 재활용 플라스틱과 비닐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근방인 민 카이 마을에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는 민 카이 마을 사람들에 의해 세척되고 가공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세척과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은 그 마을 사람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진 채 우리가 볼 수 있는 로고는 친환경, 재활용 상품이라는 표시가 있는 상품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마을에 쌓이고, 농사짓던 민 카이 마을 사람은 돈을 더 벌기 위해 분리수거 재활용 공장으로 모이고, 거기서 돈을 번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며, 마을은 쓰레기 산이 되어가고 있는 게 민 카이 마을의 실체라는 걸 이 책에서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 카이 마을엔 먼저 돈을 번 사람이 화려하게 지어놓은 집이 있지만, 창문도 꽁꽁 닫혀있는 것을 보고 냄새가 들어올까 봐 그런 거라고 생각했던 저자가 직접 마을을 다니며 안 사실은 그 좋은 집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큰 집은 사무실로 사용할 뿐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를 맡기 싫은 돈 많은 사람들은 이미 다른 외곽으로 빠진 채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만이 그 마을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다. 우리 집에서 분리수거를 해서 버리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쓰레기를 보며 어떻게 재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내게 이 책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결코 끝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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