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설의 장편소설 『방학』의 배경은 결핵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다. 결핵이란 병은 공기 중 전파 감염 염려가 크기 때문에 결핵 환자끼리도 구분을 한다. 나을 가능성이 있는 1차와 가능성이 희박한 2차로 나뉘는데 2차는 슈퍼결핵균 감염자로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 상태의 사람을 말한다.
주인공 건수는 중2 여름방학이 끝나던 날, 학교에 가지 않고 아빠가 살고 있는 병원에 간다. 아빠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 입원을 하기 위해서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3년 만에 아빠를 만났지만, 함께 입원한지 보름 만에 아빠는 죽음을 맞이한다.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땐 청소년문학이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주인공 나이도 중2, 표지를 감싸고 있는 띠에는 '어떤 약도 듣지 않는 병에 걸린 소년과 소녀. 하지만 그 병을 치료해 줄 신약 임상시험에 둘 중 한 사람만 뽑힌다면…'이라는 문구 때문에 청소년문학으로 단정 짓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100쪽이 넘는 동안 소녀는 출연하지 않았고, 주인공 건수의 생각, 말, 행동 모두가 중2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슈퍼 결핵균'을 가지고 있어 약도 쓸 수 없는 상태를 알고 나서 갑자기 철이 들었다기에도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건수의 행동과 생각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해되지 않던 부분은 마지막 부분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작가 최설은 2009년 30대에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병원)에 살고 있었다. 작가 역시 소설 속 건수처럼 듣는 약이 하나도 없어 죽기로 되어 있었기에 그냥 죽기 아쉬워 쓰게 된 글이라고 한다. 처음 제목은 <소년의 일생>. 작가가 30대에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소설의 주인공 나이가 중2였던 것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청소년문학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나 보다.
소설이 중반으로 들어갈 때 즈음 소녀 강희가 등장한다. 그녀도 건수와 마찬가지로 슈퍼 결핵균을 가지고 있어 언제 치료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툭툭 내뱉는 말은 겉으로는 상처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파서 힘든데 나 아닌 타인 때문에 더는 아프지 말자고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처럼 들려 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