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 이어령의 서원시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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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는 배움을 주는 기본 공간이지만 학교의 가르침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어령은 이에 대해 "학교는 생사람 잡는 곳"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사람은 원래 백지상태의 '생것'인데 학교가 이 순연한 존재를 틀에 가두고 상상력의 날개를 꺾어버린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르치지 않고 방치하는 게 창조성을 죽이지 않는 방법일 수 있어요. 생사람은 생각의 야성이 살아 있는 사람이거든. 생사람. 참 좋은 말이잖아. 견고한 틀과 사고로 무장한 사회와 조직은 생사람을 잡아요.

p.19

이어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 2차 세계대전이 터져 광복될 때까지 총검술을 배우고 방공호를 파느라 학교를 거의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6·25 전쟁을 겪으며 그는 학교를 다니는 대신 그 시간에 하늘 보고 바람 맞고 꽃을 보고 날아가는 새를 보며 계속 책을 읽었고, 이러한 것이 지금의 이어령을 만들어 준 것이라 그는 말한다. 그가 만약 꼬박꼬박 학교를 다녔더라면 머리가 천자문을 배운 사람처럼 견고해져 지금과 같은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이 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한다.

그가 세계적인 석학과 장르를 불문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거든. 그러니 전문가들이 못 하는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거지. 외국 이론을 배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발상이라는 거다. 그는 옳든 그르든 온리 원의 사고를 하라고 강조했다.

p.22

현대 사회는 지식과 정보보다는 창의성, 나만의 아이디어가 중요시되는 사회다. 지식과 정보는 핸드폰 검색만 하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나만의 생각, 나만의 개성이 훨씬 더 큰 가치를 갖는다. 그런 생각을 하려면 획일화된 사고에 갇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바로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생각을 캐낸다는 뜻이다.

사지가 묶여 있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생각이 갇혀 있는 답답함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고가 틀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달으려면 남이 도와줘야 할 것이다.

p.32

이어령 그가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를 쓴 목적은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이분화된 흑백논리의 덫에 치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고의 자유'라고 생각해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틀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닫게 하려는 13개의 생각으로 이 책은 이루어져 있다.

아이들 물건일수록 버릴 것이 많다. 버려야 한다. 우리도 아이처럼 매일 자란다. 그러니 조금 전까지 통했던 상식과 지식들이 쓸모없는 것으로 변한다.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던 고정관념들, 집념이나 원한도 모두 버려야 한다. 지식도 영양분처럼 넘쳐날 때가 더 위험한 법이다. 샘물을 퍼 써야만 새 물이 고인다. 고여 있는 지식도 퍼내야 새로운 생각이 새 살처럼 돋는다.

think 셋. 우물에 빠진 당나귀처럼. p.55

위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낡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일은 어렸을 때는 쉬웠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가며 생각의 벽이 견고해지다 보니 말랑말랑한 사고가 쉽지만은 않다. 고여 있는 지식을 퍼내기 위해 뒤집어 생각하기, 융통성을 발휘하기와 같은 생각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붙일 수도 뗄 수도 있는 융통성 있는 새로운 풀의 발상이 포스트잇으로 녹음이 안되는 녹음기, 녹음기를 재생기로 패러다임을 바꾼 발상으로 소니는 세계 최초의 워크맨을 개발했다.

think 넷, 뽀빠이와 낙타의 신화. p.67

벤처 리스트여!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라.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자전거를 배울 때 그랬던 것처럼. 성이 아니다. 길이다. 생각을 바꿔라.

think 여덟. 만리장성과 로마 가도 p.113

think 9~13까지는 '당신은 정말 거북선을 아는가', '국물 문화의 포스트모던적 발상', '전통 물건에 담긴 한국인 생각', '김치, 맛의 교향곡', '선비 생각이 상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우리 민족에 대한 위대함이 느껴져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메멘토 모리』를 읽을 땐 내용이 좀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번 책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는 적절한 예시와 쉬운 문장으로 이해가 쉬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가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 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는지 왜 그가 세계의 석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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