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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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를 쓴 시인은 스테판 말라르메다. 스테판 말라르메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살리러 지옥까지 내려갔지만 결국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오르페우스가 되어, 이 지상의 삶을 오르페우스 방식으로 풀어 설명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았던 19세기 프랑스 시인이다. 그는 자신의 삶은 그저 그런 에피소드라 할 만한 것이 없는 삶이라고 직접 말한 적이 있지만, 다섯 살 되는 해 어머니를 여의고, 15세 때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내가 사랑했던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던 여동생 마리아가 세상을 떠났다. 37세에는 아들 아나톨이 소아 류머티즘을 오래 않다가 여덟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보내는 비극적인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평범했다고 하는 건 그의 문학 인생 자체는 큰 굴곡 없이 조용히 흘러왔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발산과 분출보다는 고독과 무기력, 침잠이 익숙했던 그는 자아와 세계, 현실과 이상 등 분리된 이원성에 대한 인식, 거기에서 기인한 불만과 좌절이 그의 초기 시의 주요한 주제들이었다. 보들레르의 영향을 깊이 받은 말라르메는 이원성으로 인한 내면의 분리와 갈등이라는 점에서 보들레르의 후예로 출발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이상을 찾아 나가기 시작한다.

그는 "창조하는 행위로서 시는 한 인간의 영혼에서 절대적인 순수함의 광채를 포착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p.197)

책 제목인 '목신의 오후'라는 시는 1865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은 시가 아닌 무대에 올리기 위한 드라마로 쓰였으며 상연은 거절되었지만, 1876년 마네가 삽화를 맡아 협업한 시집<목신의 오후>가 출간되었다. 1894년에는 드뷔시가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발표하고, 1912년 무용가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말라르메가 쓴 서사와 드뷔시의 곡에 안무를 창작해 <목신의 오후>를 무대에 올린다. <목신의 오후>를 상연하고자 했던 말라르메의 소망은 후세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그의 사후에 종합 예술로 완성된 셈이다.

『목신의 오후 : 앙리 마티스 에디션』은 1930년 예술과 책을 결합한 출판물로 명성을 쌓은 출판업자 알베르 스키라가 마티스에게 말라르메의 시집 출판을 의뢰하면서 이 작업은 시작되었다. 마티스는 모든 삽화를 새로 그렸을 뿐 아니라 제작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그 결과 "큰 삽화가 있는 럭셔리 에디션에 대한 생각을 전복시킨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예술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마티스는 글자, 그림, 여백의 효과를 모두 의도하고 만들어 냈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접촉은 시각적 흐름을 만들고 독자는 그 흐름 안에서 시와 그림을 엮어 읽으며 해석하는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마티스가 의도한 책이 바로 『스테판 말라르메와 앙리 마티스의 목신의 오후』이다.

이 책에는 말라르메의 시 64편과 마티스의 그림 29점이 실려있다. 뭣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을 땐 글자나 여백은 보이질 않았다. 시와 그림 해석하기도 빠듯했고,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책의 마지막 부분엔 작품 해설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작품 해설을 두 번 읽고 다시 목신의 오후를 보니 처음과는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책을 덮고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찾아 들어보면 어떤 감흥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말라르메의 삶이 더 궁금해지는 독자의 심정을 간파했는지 제일 마지막 부분에 스테판 말라르메의 연보를 실어 놓은 것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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