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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 - 상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평점 :
작가 박영규는 '한권으로 읽은 ~~실록' 시리즈로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라섰으며, 우리나라 역사 대중화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이다.
활인의 역사적 배경은 고려가 쇠퇴하고 조선이 들어선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이 왕위에 있던 시대이다. 고려 말 태의자리에 있었던 탄선은 두 왕을 섬길 수 없어 다 내려놓고, 활인!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기로 한다. 탄선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의승이 된다. 의승이 된 탄원은 활인원에서 생활하며 제자로 소비를 두었다. 소비는 무녀의 양녀로 다섯 살쯤 무당집에 버려졌으나 탄원이 그녀의 총명함을 알아보고 제자로 삼아 의술을 가르쳤고, 아픈 사람의 마음까지 달래는 섬세함까지 갖춘 그녀는 충녕대군의 부인이 셋째 아들 용을 낳을 때 큰 역할을 한다. 이야기를 끌어 가는 노중례는 누명을 쓰고 죽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오작인으로 살아가며 의학서적을 읽었다. 그러다 역병이 난 곳에서 탄원을 만나게 되고, 탄원은 노중례가 예사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또 다른 제자로 받아들여 의술을 전파한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마을을 가로지르자, 굶주린 개들이 핏기어린 눈을 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달아나고 있었다. 타작마당엔 버려진 시체들이 즐비했고, 쥐떼가 풀쩍풀쩍 뛰어오르며 시신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p.7)
얼마 전 본 드라마의 시작도 역병이 돌기 시작한 마을을 배경으로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런 류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서일까? 소설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머릿속에 역병이 난 마을 그림이 그려지며 뒷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생생한 묘사와 많지 않은 등장인물로 300페이지에 가까운 '활인'은 다시 앞을 돌아볼 필요 없이 쭉 읽히는 소설.
이 소설엔 충녕대군(세종대왕)이 자주 등장하는데, 역사 소설답게 소설속에 그를 녹여내는 부분들이 보여 읽는 재미를 준다.
많은 업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출산 휴가정책을 실시한 세종대왕을 이 소설에서는 이렇게 보여준다.
충녕 : 본인이 앞에 있어서 말을 하지 못했는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탄원 : 무엇이 그리 안타깝습니까?
충녕 : 소비가 여인이 아니라 장부였으면 태의가 되고도 남을 인재인데, 이렇게 활인원에서 무녀처럼 지내고 있으니… 차라리 의녀라도 되는 것이…(p.141)
라며, 남녀 차별과 신분 차별이 불합리함을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상), (하)권으로 되어 있는 '활인'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할 만큼 몰입감이 좋았다. 아직 출판 전으로 가제본 된 (상)권만 볼 수 있어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하다.
오타 : 150page 6번째 줄 하시라도 → 한시라도
완성된 책에서는 오타가 수정되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