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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 -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작가 박현선은 홍익대학교 목조형 가구학과에서 학사를 받고 핀란드 헬싱키 미술대학에서 가구 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어바웃블랭크'라는 제품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현지 제작자와 함께 오래 쓸 만한 좋은 제품 생산을 목표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일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물건을 생산·소비·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이대로 괜찮을까?'하는 우려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고 하는 그녀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약간의 반항심과 자신의 다른 면을 스스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핀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10년 이상을 낯선 땅 핀란드에 살며 그녀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잔잔한 자기만의 문체로 책을 쓰면서 지금은 강연이나 칼럼 등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첫 번째 책은 2019년에 나온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이다. 그 책에는 그녀가 처음 핀란드에 도착했을 때의 좌충우돌과 생활 속 깊이 파고든 중고가게에 대한 설명, 그들은 얼마나 중고가게를 활발히 이용하는지 현지의 활발한 중고 문화를 통해 현대의 소비와 생산이 가진 문제점을 살펴보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두 번째 책인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는 저항에 대하여(관성을 뚫는 로켓), 물건에 대하여(현명한 물질주의자), 음식에 대하여(신중한 잡식 주의자), 사람에 대하여(배우는 다원주의자) 크게 4부로 구성된다.
"할인하길래 샀어."
마치 '오다 주웠다'처럼 무심하게 들린다. 판단력과 민첩성을 발휘해 코앞에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할인하지 않았다면 사지 않았을 물건, 없어도 생활하는 데 전혀 지장 없는 물건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p.92)
물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흔들리고 싶지 않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잘 만들어진 물건을 신중히 구매해서 오랫동안 잘 쓰고 싶다. 이렇게 '품절 임박'이나 '할인' 같은 외부의 자극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더 이상 내 판단력을 잃고 싶지 않다. 현명한 물질주의자이고 싶다.(p.93)
한 장의 글만 봐도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책에서 그녀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바뀝니다."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생각만을 나열할 뿐이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지만, 먹고 나면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이대로는 안되겠네. 나부터 바꾸어야겠다'라는 생각에 배달 음식점에 직접 용기를 갖고 가서 포장해오는 어찌 보면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환경을 생각했다는 뿌듯함에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삶을 택했다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로 채워진 책이다. 책의 표지에 '소심한 사람이 세상에 던지는 유쾌한 저항'이라는 소개 문구가 있는데, 이 책을 잘 소개하고 있는 문장이다.
지난번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를 갈까?>라는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모임에서 이뤄져서 그런지 꽤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녀의 두 번째 책인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도 독서모임에서 토론한다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활발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