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지성의 이야기
정아은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아은은 세태와 풍속 묘사에 능한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모던 하트>에서는 직장 여성의 일과 사랑, <잠실동 사람들>에서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교육과 주거와 욕망이 뒤엉킨 학부모 사회를 풍자했으며, <맨 얼굴의 사랑>은 성형외과를 무대로 사랑의 허와 실을 다루었다. 그런 그녀가 4년 만에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이란 주인공이 지성과 화이라는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독특한 실험 소설을 냈다.

첫 번째는 지성의 이야기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로 미투 운동에 대한 내용이다.

잘 생기고 호감상인 지성은 서울대를 나오지는 않았지만, 돈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문학평론가이자 정치평론가이다. 처음엔 출중한 외모 덕에 방송 출연을 하게 되었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쌓은 실력과 재치, 자신만의 신념으로 팬층을 확보하면서 그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성의 오랜 동료이자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상당한 미인으로 알려진 시인 민주는 지성과 하룻밤을 보낸 후 제 삼자를 통해 지성을 미투 가해자로 밝히고 다음 날 생을 마감한다. 지성이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자신은 그날 밤 일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긴 했지만 단 한 장면도 생각이 나지 않아 본인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 길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내가 정말 완력으로 그녀를 탐했을까?' 아무리 기억해 내려 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용서하기가 힘들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며 지성은 라디오 출연도 대학 강의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활발히 활동하던 지성을 이제는 더 이상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성의 몰락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대중의 광기, 지식인의 위선 등을 건드린다. 지성은 대중에게 버림받은 자신보다 내가 한 일에 대한 확신과 기억이 없어 끝없이 방황한다. 그렇게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그날의 진실이 책의 후반부에 가면서 밝혀진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자신의 옛일도 기억해 내게 된다.

책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정아은 작가의 이번 장편소설은 잔잔한 영화를 한 편 본 듯하다. 400page에 가까운 긴 글이지만 반전이 많아 궁금해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