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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2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2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10월
평점 :
저자 김난도는 서울대학교 생활 과학대학 소비자 학과 교수이자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장으로 일하며, 유튜브 채널 '트렌드 코리아 TV'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2008년부터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해마다 출간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 경험도 있는 사람이다. 지금은 온라인 공개강좌 K-MOOC에서 <소비자와 시장>이라는 강좌를 운영 중이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원년을 맞으며 'TIGER OR CAT'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2022년에도 코로나19 이전의 소비습관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며, 그 이유는 문화 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의 '문화충격'이라는 개념으로 소개한다. 문화충격 이론은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했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다가 6개월을 기점으로 점차 적응을 시도하고, 1~2년의 시간이 흐르면 적응을 달성한다고 본다. 고로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본다면, 2년이면 적응을 마치는 기간인 것이다.
다른 이론으로 웬디 우드의 습관형성 모델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습관형성 모델에 의하면, 변화된 행동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특정 상황에 노출돼 특정 행위가 반복된다고 하더라도 행위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신호-행동-보상'의 연결고리가 형성돼 습관이 형성된다고 한다. 즉 보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던 소비 행위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느냐 마느냐는 그 보상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변화든지 간에 지난 2년에 걸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은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했고,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불러왔으며,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로 전락할 것이기에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고 혁신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총 2부로 1부에서는 2021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2부에서는 2022트렌드로 나노 사회, 머니 러시, 득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시츨레저, 엑스틴 이즈 백, 바른생활 루틴이, 실재감 테크, 라이크 커머스, 내러티브 자본 이렇게 10개의 단어를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읽는 독자에 따라 10개를 다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10개의 트렌드 중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나노사회"란 첫 번째 트렌드였다.
나노 사회란 공동체가 개인으로 조각조각 부스러져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사회가 극소 단위로 분화됐다는 의미에서 명명했다고 한다. 이 현상은 소속보다 선호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증거고, 전통사회의 개인은 자신이 속한 준거집단 내에서 정체성을 찾았지만, 나노 사회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은 내면 지향적인 취향을 기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거실 TV 앞에 모였던 우리가 각자의 스마트폰 속으로 흩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어제 재미있게 본 프로그램 이야기도 굳이 친구와 나눌 필요 없이 SNS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과 실시간 댓글을 주고받으며 감상을 나누면 되기에 공동의 문화적 배경이 흐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로 한 가족이 24시간 같은 주거공간에 있지만, 서로 모여 대화를 하기보다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자기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SNS 댓글이나, 채팅을 통하면 훨씬 더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기에 가족 간 육체적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것을 지난 2년 동안 무수하게 느꼈다.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를 가리켜 불안전성이 지배하는 '액체사회'라고 표현했다. 예측과 통제가 가능했던 전통사회와 달리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상태와 공적 영역에 대한 믿음, 다시 말해서 정부에 대한 믿음, 기관에 대한 믿음, 서로에 대한 믿음이 녹아내리는 불안정하고 불확정한 특징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학자 김윤태는 '사회적 인간의 몰락'에서 이러한 공적 영역이 녹아내린 액체사회에서는 무수히 방황하는 개인들만이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p.188)
또 다른 공감의 트렌드로 "바른 생활 루틴이" 트렌드를 꼽을 수 있다.
바른생활 루틴이는 자기주도적으로 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신인류를 말한다. '루틴'은 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를 의미하는 말인데, 외부의 통제가 사라진 상황에서 루틴을 통해 스스로의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요즘 사람들을 '바른 생활 루틴이'라는 트렌드로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그동안 세상에 없었던 정말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지만,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예전부터 존재하던 '일상'의 가치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 일상을 '스스로' 잘 설계해 보겠다는 루틴이의 가치관이 보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하운(오늘 하루도 운동)'과 같은 해시태그는 SNS 상에선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 공감과 격려 칭찬의 댓글도 많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바람직한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책은 이 외에도 2022트렌드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감 가는 부분도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흐름이 이렇다는 것을 분석해 놓은 책이기에 모든 것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을듯하다.
저자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 분명하게 명제를 던진다. " 트렌드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혁신하라."
분석에 의하면 2022년 흐름이 이럴 것으로 기대되니 이런 변화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책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