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교 세책점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3
구본석 지음, 반성희 그림 / 책고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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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구본석은 '같은 제목인데 책마다 왜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라는 궁금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릴 적에 고전을 읽다 보면 이본(같은 작품이지만, 다른 이야기로 쓰인)들이 많아 왜 그런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여러 사람이 책을 돌려 읽기 위해 필사를 하는 중 잘못 쓰이기도 하고, 필사자의 생각대로 고쳐쓰기도 했고, 한문을 번역하다 다르게 해석되기도 했다는 데서 찾았다.

이 책의 주인공 겸이도 그렇게 태어나게 되었다.

책의 배경은 염병이 돌고, 정조가 어머니를 위해 수원에 화성을 짓겠다고 결정을 내린 조선시대이다.

이야기 중간중간 지금도 낯익은 지명들이 많이 나와 읽는 내내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봄과 여름에 숭례문에서 돈의문, 동대문을 지나 광희문을 끝으로 다시 숭례문으로 돌아오는 순성놀이도 소개가 되어 있고, 왕의 행차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반 서민들이 다녔던 피맛골, 지금도 볼 수 있는 청계천 광통교의 거꾸로 놓인 돌덩이 등 코로나19가 있기 전에는 청계천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상인들이 물건을 파는 행사도 1년에 한 번씩 열려 행사에 참여하곤 했던 추억을 다시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 겸이는 염병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외삼촌을 따라 한양에 왔다가 삼촌을 잃고 혼자 삶을 헤쳐나가는 내용이고, 그러던 중 세책점(지금도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돈을 내고 빌렸던 책 대여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중세 시대 유럽에서는 기득권인 성직자들이 성경 책을 필사해 잘 지키고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여기 나온 세책점 주인처럼 양반이지만 관직에 오르지 못해 돈을 벌 길이 막힌 글을 아는 사람들이 책을 필사해 빌려주는 일을 했는가 보다. 책을 필사해 빌려주는 일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그때 당시에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고 천박하다고 느꼈었다는 느낌이 책에서 그대로 전달된다.

인쇄술은 그보다 훨씬 전에 발달했지만, 그때도 기득권들은 시민, 천민들이 글을 알아가는 걸 두려워했나 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지금의 서울 종로와 조선시대의 종로를 여행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초등 고학년 정도가 읽기에 괜찮은 책이고, 이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 청계천, 피맛골, 순성놀이 같은 장소를 한 번 다녀온다면 훨씬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책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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