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았던 우리나라 성교육은 3년에 한 번씩 중·고등학교 때 남·여가 분반을 해서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 말고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고, 부모님께서도 말씀을 해주지 않으셨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2000년대가 되면서 '구성애'라는 분이 나서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성교육을 독립투사처럼 이끄셨던 것 같다.
구성애 씨는 본인의 안 좋은 경험을 숨기기보다 이런 일이 앞으로는 없어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방송과 강연을 다니며 대한민국 부모와 아이들의 성교육을 이끈 사람이다.
처음 성교육 방송을 한다고 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많이 궁금했는데, 방송에 나와 음경, 월경, SEX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 세대였던 내가 커서 이제는 초등과 중등생의 아이를 가진 엄마가 되어 성교육을 해야겠기에, 성교육 책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대형서점에 가보면 정말 많은 성교육 책들이 있다. 게 중 어떤 책은 그림이 너무 선정적이어서 보는 내가 더 민망해질 때가 있다.
어제 들은 강의에서 성장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한 명도 없다고 강사가 제일 마지막에 말했다.
그래서 그런가? 학교 도서관, 동네 도서관에도 why 시리즈 중 가장 많이 닳은 책이 바로 성에 관한 책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호기심을 많이 자극하는 부분이 '성'이란 부분이라 생각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기에 더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부분이 '성'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아이들과 그런 '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기에 이 책을 계기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집에서 성교육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집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3가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우는 남자아이의 몸과 마음, 아이와 부모가 함께 배우는 여자아이의 몸과 마음,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과 대답, 부모를 위한 성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로 되어있다.
이 책의 많은 부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섹스는 언제부터 허용해야 하나요?'에 대한 대답이었다.
사랑과 섹스의 관계에 대해 우선 생각을 해야 한다.
'섹스는 상대에게 프라이버시를 오픈하고, 생명을 맡기는 것과 같은 행위'이므로 이런 것이 가능한 상대를 만났을 땐 섹스의 결과로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함께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성적 욕구' 밖에 없는 상대라면 상처를 받고 괴로울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몇 살까지는'이 아니라 '그런 관계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는 서두르지 마.'라고 이야기해 주라고 한다.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내가 느낀 것이 더 많은 책인듯하다.
만화의 형식을 빌려 성교육을 하는 책이라 아이들도 크게 부담을 갖지 않을 듯하고, 내용도 알차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며칠간 눈에 잘 띄는 곳에 이 책을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하나, 둘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