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440page가 넘는 장편 소설이다.
책의 겉표지와 제목만 봤을 땐 그냥 재밌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편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고, 200page 정도까지 읽는 동안 내가 들었었던 생각은 이 책이 왜 NPR 선정 올해의 책이고, 안드레 노턴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책인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책의 절반 정도는 섭식장애를 가진 주인공 맷이 먹지 않아서 느낄 수 있는 초예민한 감각을 초능력이라 생각하는 그저 그런 내용에 불과했다. 맷은 친구들 사이에 게이로 커밍아웃 했고, 본인은 초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 먹는 것일 뿐 섭식장애가 아니라 확신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런 이야기들로 100쪽을 넘어가니 책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되는 힘이 있는데, 그것은 주인공이 우상으로 여기는 누나가 타리크라는 주인공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집을 나가버리는 사건이 있었고,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야겠다는 주인공의 집념이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라는 생각에 계속 읽게 된다.
무슨 일인지 알기 위해 본인의 초능력을 끌어올려야 했고, 그래서 더 먹지 않게 되는 것을 섭식 장애가 아니라 자기합리화 시켰다.
그렇게 책의 절반 정도를 무슨 일 때문에 누나가 집을 나가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읽게 만드는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220page를 넘어가면서 그 의문은 금방 풀리게 된다.
의문이 풀리게 되는 순간부터 이 책의 매력이 발산되며, 끝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마력의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묘사 하나하나가 정말 매력적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고 나서 작가가 한 감사의 말을 보니 본인도 15살 때 섭식 장애를 겪었고, 남자애들도 여자애들과 똑같이 끔찍한 신체 이미지 문제와 사회적 기대 때문에 정신이 망가지고 왜곡되는 문제를 겪는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사회에서 하는 소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깨닫고 외모가 어떻든 간에 우리가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주인공 맷이 섭식장애임을 인식하고, 왜 그렇게 됐을까?를 생각한다.
그 결과 주인공 맷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난제들과 맞서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 자신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식단이었던 것이라 결론 내린다.
제목과 표지와는 다르게 가벼운 주제가 아닌 묵직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