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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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밀리언셀러 『덕혜옹주』의 권비영 작가가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 씨가 쓴 『여성을 넘어 아낙의 너울을 벗고』라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 책에 열거되어 있던 순국의 여성 유관순, 여성 전투기 조종사 권기옥, 풍운의 여걸 민비, 상록수의 선구자 최용신 등의 목록을 쭉 훑어가다가 친일파에 독살당한 여걸, 최초의 미국 학사 하란사?라는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되어 그녀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입혀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여성 교육에 힘쓴 란사의 일생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같은 여성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유관순 열사"이외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별로 없어서 그랬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모르고 있던 굉장한 센 언니를 만난 느낌에 하란사의 삶이 궁금해 처음 든 책을 마지막 장까지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여기엔 작가의 풍부한 꾸밈도 작용을 했으리라...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부분은 거의 처음 부분이었다.

"나는 말했어. '나는 이제 가정을 버릴 것이야요.' 내 말에 남편이 피식 웃지 않겠어. 어이없는 표정이기는 하였으나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눈빛은 아니었어. 오히려 그 말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었어. 왜 그리 웃느냐고 내가 정색을 하고 물었지. 그러자 남편이 말했어. '당신 말이 기특해 그러지.' 뭐가 기특하냐고 되묻는 내 말에 '아녀자의 자리를 박차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뜻이 아니오? 그러니 기특하다 할밖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어. 가정을 버릴 것이란 말을 하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들은 체도 안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특해하다니. '기특하다고요?' 나는 확인하듯 다시 물었어. '그래요. 나는 당신이 집 안에서만 시들어갈까 안타까웠소. (p.18)

책을 들자마자 첫 부분에서 나는 뇌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면서 그 시대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나의 단톡방에 이 page를 찍어 남겼다.

나는 그냥 이 한마디에 란사 언니의 팬이 되었다. 란사언니의 팬이면서 권비영 작가의 팬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두 분을 존경하게 만들었다.

거침없는 욕설을 퍼붓기도, 아이를 낳기만 하고 기르지는 않았던 우리의 센언니의 대표라 할 수 있는... 하란사

사실 이 책의 내용을 다 이야기하고 싶지만, 서평을 쓰면서 집에 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물론 내가 책을 많이 읽지 않아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정말 이 책은 스포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든 첫 책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10대 선진국 반열에 낄 수 있었던 이유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었던 여성의 힘이 있었음이 틀림없고, 이름이 알려진 '유관순 열사' 말고도 정말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책이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책을 읽다 보면 서대문 형무소의 8번 방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아이들과 그곳을 가보고서야 우리나라에 참 많은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이 많구나...라는 걸 느꼈지만, 유관순 열사 외에 다른 분들은 그냥 하나의 모둠으로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부분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하란사는 참으로 혜택을 많이 받고 산 사람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자기만 생각하며 풍족하게 잘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독립을 걱정하며 여성들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활동을 한 우리 란사 언니께 다시 한번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쓰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책은 우리나라 여성이라면 꼭 한 번은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든 나의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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