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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 주주 최우선주의는 왜 모두에게 해로운가
린 스타우트 지음, 우희진 옮김 / 북돋움coop / 2021년 6월
평점 :
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린스타우트 지음. 우희진 옮김.
이 책은 서론, 1부 : 주주 가치는 허상이다, 2부 주주가 정말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결론 이렇게 총 226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
이 책은 딥워터 호라이즌이라는 원유 굴착 장비가 BP(브리티시 퍼트롤리엄) 사의 주문으로 마콘도라는 멕시코 만의 유전 탐사 작업을 마무리하던 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단 몇 분 만에 멕시코만 밑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5개월 동안 마콘도 유전은 멕시코 걸프 해의 바닥에 매일 1만 배럴의 원유를 쏟아내 막을 때까지 역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건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원유 유출 사고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수칙을 무시한 BP 임직원과 협력 업체들의 여러 결정 때문인 것으로(원유 유출 직전 마콘도 프로젝트는 계획보다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었고, 예산을 6천만 달러 초과했으며, 하루 지연될 때마다 약 100만 달러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 결론이 났다. (P.32)
왜 이런 세계적 기업이 그런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는지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기엔 소위 말하는 주주 가치라는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주 가치의 원칙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그 주주들의 '소유'물이며, 오로지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주주의 부는 대체로 주식 가격으로 측정되는데, 내년 또는 10년 후의 주가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주가로 말이다.(p.33)
주주 가치를 쫓는 것은 경영상의 선택이지, 법적 의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1990년대까지 기업 목적론의 주류는 기업의 주식 가격으로 반영되는 주주의 부를 위해서만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것은 다양한 주주들에게 다양한 가치가 있다는 현실을 무시해버린 주주들은 한결같이 눈앞의 이익만 바라고 기회주의적이며 분산 투자에 관심도 없고, 일말의 양심도 없는 존재라고 전제해 버린다.
여기서 린 스타우트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 문제는 잘못된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사고 때문임을 지적한다. 그 사고란 주식 가격의 극대화가 경영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1부 : 주주 가치는 허상이다.
2000년에 들어서 기업의 목적은 주주 부의 극대화가 기업 지배 구조의 유리하고도 정당한 목적이라고 의문 없이 받아들였다. 이는 기업의 성과를 주식 가격이라는 하나의 지표로 간단하고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업 법은 상장 기업에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라.'라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고, 그랬던 적조차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이사회, 경영진, 직원들에게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믿는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굉장히 강조한다.
기업의 목적은 '합법적으로' 할 일을 하는 것
따라서 법원은 이사회의 결정이 주주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일지라도 기업을 위해 최선이었는지를 의심하며 추궁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이사회가 주장하는 한 법원은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 주주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기업은 허구적 존재로 보이지만, 사실은 기업이 법
적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실제이고, 주주는 모두가 동일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주주는 존재할 수 없는 허상이라는 것을 1부 내내 이야기하고 있다.
주주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허구적 존재.
2부 : 주주가 정말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부에서는 주주들의 여러 유형을 소개하며 주주가 정말 원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이 비즈니스 하기에 좋은 이유로 다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1) 유한한 개인 책임
(2) 집중된 경영
(3) 무기한의 법적 생명
(4) (상장기업의 경우) 유동성 있는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점.
특히 이 네 번째 특징은 상장기업에 투자한 자본이 유동적이고 쉽게 회수할 수 있다는 환상을 일으켜, 투자금 회수 제약이라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주식은 단지 특별한 조건에서만 유동적이다. (p.158)
그러나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투자금이 묶여 접근이 불가능한 일도 벌어진다.
애덤 스미스 이래로 경제학자들은 왜 제정신인 투자자가 어렵게 번 돈을 낯선 사람에게 맡겨놓고는 관리할 권한을 양도하는지 궁금해했
다.(이것이 바로 정확히 여러분이 상장기업의 주식을 살 때 벌어지는 일이다.) (p.166)
이 이야기를 하면서 율리시스가 오디세이호를 몰고 사이렌 섬 옆을 지나갈 때 겪었던 딜레마를 예로 든다.
율리시스는 사이렌 섬 옆을 지나갈 때 선원들에겐 노래를 듣지 못하도록 귀를 밀랍으로 막으라고 했지만, 정작 자신은 음악을 들어보고 싶어 자신을 돛대에 꽁꽁 묶고, 자신이 아무리 빌고 간청해도 사이렌 섬을 벗어날 때까지는 절대로 풀어주지 말라고 명령했다는 이야기.
상장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을 율리시스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투자자가 최초로 주식을 구매하면서 자금을 기업에 지급하고, 기업이 그 자금으로 자산을 구입했다면 투자자는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기업에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손과 발이 묶인 율리시스 같다고 한다.
스스로 손과 발을 묶는 데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며, 그 장단점에 대해 풀어 놓았다.
주주 개개인은 단순히 돈의 가치만을 위한 집단이 아닌 친사회적 인간이지만, 오늘날 주식시장 구조가 주주 최우선주의를 향하기에 우리 대부분이 양심도 없는 사이코패스처럼 투자 결정을 할 때는 종종 그렇게(주주 가치 극대화) 행동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결론 :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
수많은 기업의 목적을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있을 수 없고, 기업이 주식 가격으로 측정되는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주주들도 본질을 단순화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오직 한 가지만 '극대화'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주주'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린 스타우트 교수에 의해 2012년 출판되었다. 집필된 시기는 그보다 조금 앞선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를 극복하려 한창 힘쓰던 시기로 당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위축되어 있을 시기여서 이 책 저자 린 스타우트의 주장은 책이 출판된 시기에 매우 설득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17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미국 경제는 전에 없는 호황을 맞았고, 이 책이 출간된 2021년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유례없는 경제 위기가 있을 거라는 이 책의 예측과는 달리 많은 미국 상장기업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과는 많이 안 맞을 수도 있는 책이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 미국의 사업 환경은 사회적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주주 자본주의)에 더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기업이 성장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 기업의 가능성을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투자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가 상장회사에 투자하는 목적은 당연히 그 기업이 성장해 내가 갖고 있는 주가를 올려줄 거라는 믿음이 내 안에도 깔려있었던 것 같다.
주가만으로 그 수치만으로 단순하게 기업을 판단을 헌 적도 있다.
이 책은 장기투자자, 단기투자자, 헤지펀드, 뮤추얼 펀드까지 모든 경우의 예를 들어가며 기업은 주주 가치만을 쫓아가서는 안되며, 또 주주들은 주주 가치만을 가지고 기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모든 일에 균형(환경-사회-거버넌스)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지금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주주 가치 극대화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아이디어(전 GE 회장)라고 얘기한 것처럼 초점이 이 한 가지에만 국한되어서는 낚시터에서 다이너마이트로 고기를 잡는 것처럼 처음에는 많이 잡혀서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에 고기가 점점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거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내게 선물해 준 책으로 누구나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한 문체가 매력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