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매트릭스 -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로버트 마이클 파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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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매트릭스는 총 14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인간과 자연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관계망을 조망하는 생태 에세이 모음 책이다.


이야기는 독립된 형태로 각 지역에 일어난 경제 발전과 생태 환경의 파괴를 이야기하며 환경을 더 파괴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으며,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썼다고 작가 로버트 마이클 파일은 얘기한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경험의 멸종.


경험의 멸종

첫 번째 이야기 : 교외의 흐트러진 풀숲을 걷는 즐거움


나는 앞으로 인간의 터전 속에는 세 가지가 합쳐진 상품이 남게 될 거라고 본다.

오래된 공원과 빈터, 현대의 자연보호 구역과 습지와 공지, 미개발 상태로 남은 임의의 공간들이 그렇다.(p.27)

교외에서 산다는 것은 변화를 안다는 것이다.(p.34)

내 친구가 "현대 시스템 망 속의 틈"이라고 부르는 이런 특별한 공간을 찾는다면 자연과 단절되지 않을 수 있다. 그곳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p.35)


이 첫 번째 이야기를 필두로 다음 이야기들에선 '빈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빈터는 현대의 문화가 결코 잃으면 안 되는 친밀감과 교육의 원천이며, 우리가 자연을 접한 장소는 대개 일종의 빈터고 거기엔 근접성, 야생, 비밀스러움, 가능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마당, 놀이터, 근처의 물가나 숲을 찾았다.

그런 빈터에서 모험을 상상하고, 요새를 짓고,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런데 이런 빈터가 주변에서 사라진다면 우리는 경험의 멸종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알다시피 문제는 아이들이 작은 에덴에서 쫓겨난 것이 아니라 에덴 자체가 제거된 것이다.(p.55)


이 경험의 멸종이라는 글을 읽는데, 문득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떠올랐다.

'죠스' 감독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렸을 때 집 가까이에 자연사 박물관이 있어서 놀이터처럼 수시로 드나들며 상상력을 키웠다고 하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만큼 우리 주변의 환경은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요즘 마을과 함께하는 생태치유학교 활동을 시작하며, 내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게 된다.

동네 주변으로는 인천대공원과 장수천, 소래습지 생태공원까지 자연과 친화적인 공간이 아직 존재한다.

나이가 들기 전까지 이런 자연환경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얼마 전 소래습지 생태공원 입구에 물류센터 짓는 것을 반대하자는 메시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빈터와 자연, 습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지 못했었다. 그냥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교통량이 많아져 불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반대 서명에 참가했었다.


참가하고 얼마 있지 않아 접한 책이 네이처 매트릭스다.

이 책을 접하고 나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인간은 분리될 수 없다.

여섯째 이야기 : 네이처 매트릭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직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만약 가능하다면, 레오폴드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윤리의 진화 과정을 정체 상태에서 움직여줄 열쇠는 이것이다. 적절한 대지 이용을 경제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어라. 경제적으로 편리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질문이 윤리적으로, 미학적으로 옳은지도 검토하라."(p.128)

"생물 군집의 온전성, 안정성, 아름다움을 보존해 주는 것은 옳고, 그렇지 않은 것은 틀리다."(p.129)

수많은 생물이 감소하고 있는데 단 한 종만 줄기차게 늘어난다. 인간 말이다.(p.205)


도시 개발 계획은 손보지 않는 노는 땅을 포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노는 땅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거기에 무언가를 지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이라도 노는 땅을 개발해야만 하는 곳으로 보지 말고 우리 문화 속에서 방치된 대지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인천의 변두리 서창동이란 곳이다. 이곳은 인천대공원과 소래습지 생태공원의 중간에 위치한 마을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 인천에 서창동이란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

아이를 낳고 이사를 오게 됐는데, 처음엔 굉장히 시골 같은 분위기에 끌리는 곳이었다. 그땐 신도시 계발 전이 어서 아파트 주변으로는 텃밭이 있고, 자명종 뻐꾸기가 아닌 진짜 뻐꾸기도 울고, 아침엔 닭도 우는 버스도 몇 대 다니지 않던 그런 도심 속 시골이었다.


이런 곳에 처음 살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30년 넘는 세월 동안 처음 느껴보는 마음의 평화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10년 이상 살다 보니 주변 땅들이 개발됐다.

처음엔 마트도 생기고 병원도 가까이 생겨 좋다는 생각만 했는데, 아파트와 건물이 들어서면서 놀던 땅들이 점점 사라져갔다.


흙길을 따라 걸어가던 소래습지 생태공원에 이르는 길도 아스팔트로 바뀌고, 인천대공원으로 향하는 길도 자전거 도로가 새로 포장되었다.

한때는 얼른 바뀌었으면 더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공터들 빈 공간들이 그리워진다.


네이처 매트릭스란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참 많은 잘못을 자연에게 저지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깊게 든다.


생태 에세이는 도대체 어떻게 쓰였을까? 이 궁금증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짐을 느낀다.


코로나19로 환경을 더 생각하게 되는 지금 읽기에 너무 괜찮은 책. -네이처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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