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엮인 관계인데 차건은 여희를 다그치거나 이용하려 들지 않습니다. 깡패 소굴에서 목공이나 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남자와 가진 것 없어도 그 앞에서만큼은 해맑게 직진하는 여자. 두 사람이 티격태격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꽤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콧잔등 장면 하나가 이 작품의 온도를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옴니버스 구성 덕분에 파트마다 분위기가 달라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촉수, 짐승, 반인반수까지 다양한 인외공이 제 신부를 향해 집착해 가는 과정이 달달하면서도 강렬합니다. 특히 3부 데너르의 존댓말 화법은 읽고 나서도 한참 머릿속에 맴돌 만큼 인상적이었어요.
소재가 꽤 파격적이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과정은 읽을 만합니다. 처음엔 거짓 위로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진심으로 변해가는 흐름이 가볍게 즐기기 좋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