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오컬트와 현대 스포츠물이 절묘하게 섞인 ‘상서로운 짐승’은 제목부터 독자를 끌어당긴다. 태권도 국가대표인 서목은 저주받은 집안의 굴레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지만 사라졌던 첫사랑 김희현이 다시 나타나면서 일상은 균열을 맞는다. 이야기는 민속신앙 속 구렁이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선함을 덧입혔다. 서목의 강인한 육체와 상처투성이 마음 그리고 병약하지만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희현의 대비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특히 ‘혐오하는 상대에게도 발정할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문장은 욕망과 혐오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단숨에 보여준다. 작품 전반부는 성장통과 설렘을, 후반부는 치유와 헌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쌍방 구원의 정수를 보여준다. 다만 4권 분량이 3권에 압축된 듯한 급전개가 아쉬워 외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끝내 서로의 짐승을 길들이며 나아가는 결말은 작가 특유의 여운을 남긴다. ‘믿고 보는 홀로그램’이라는 수식이 이번에도 유효함을 증명한 작품.
가볍게 읽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