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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sic book 樂 2000.11~12
樂 편집부 / 아이엠스테이션(IMSTATION)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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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막 되어먹은 음악 잡지가 또 있었을까? 내가 생각하기론 SUB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쏟아지는 고만고만한 가요음반에 대해 기다 아니다를 대수롭지 않게 말해 버린다. 또한 최신 아티스트나 음악이 아닌 기억 속에 가물가물한 박남정, 소방차들도 만날 수 있다.

유행음악에 대한 색다른 시각, 그리고 다소 삐딱한 말투 그러나 너무나도 정갈한 레이아웃이 근래에 보기드문 개성강한 잡지탄생을 예고하는 듯 하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런 잡지가 망(?)하지 않고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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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usic book 樂 2000.9~10
樂 편집부 엮음 / 아이엠스테이션(IMSTATION)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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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볼만한 음악잡지가 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대중음악의 조류의 편승하여 아이돌스타 브로마이드로 전락해버린 10대 음악잡지와 소비자의 취향과는 너무 동떨어진 전문지 사이에서 방황하기 일쑤였다. 출판사들도 음악잡지는 돈이 안 된다는 자괴감에 빠져 처음 의욕과 달리 광고에 의존하는 안타까운 자태를 보인지 오래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음악애호가를 위한 음악잡지를 표방한 樂의 창간은 그 내용과 질을 떠나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그마한 책이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은지 깨알같은 글씨로 100장의 음반리뷰를 꾹꾹 담아내었다. 또한 20페이지에 달하는 무모하리만큼 긴 울진재즈 페스티발 기사에서 이들의 음악사랑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사실 잘 팔릴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기획에다 꼼꼼하게 편집한 내용에서 제대로 된 음악잡지 하나가 우리나라에도 생길 것 같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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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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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엽기적인 만행!'
나이 지긋한 분이시라면 판문점 도끼만행을 생각하시겠지만 소위 N세대라 불리는 젊은이들은 킥킥킥 웃을겁니다. 딴지일보의 허무맹랑한 기사를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죠.

'엽기'의 사전적 의미는 '기이한 것을 좇는다'입니다. 이제껏 엽기는 극악무도하고 천인공로할 범죄를 묘사할 때 외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상치 못할 황당한 경우을 표현하는 단어로 둔갑해 버려 유머와 위트가 담긴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놈의 엽기적인 딴지일보 때문에...)

그렇다면 왜 엽기적인 것을 좋아하는 걸까요? 엽기의 쾌감은 바로 엉뚱하다는 데 있습니다. 표현이야 잔인하거나 추잡하거나 혹은 지저분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생각지 못한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진부한 특수효과로 똘똘 뭉친 블록버스터형 영화(대표적인 졸작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보다 존 카펜터,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바로 엽기의 참맛을 알고 계시는 분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제목부터 아예 '목화밭 엽기전'이라 붙인 백민석의 신작소설은 어떨까요?
한마디로 농담이 아닌 진짜 하드코어 엽기소설이라 불릴만한 작품입니다. 수컷의 야성을 가진 주인공, 조울증에 시달리는 아내, 팻숍을 운영하며 극단적인 관음증을 추구하는 삼촌 그리고 삼촌의 성욕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주인공으로부터 사냥되어 죽임을 당하는 수많은 인간 '거름'들...

특별한 교훈이나 감동 없이도 이 작품을 끝까지 끌어나가는 원동력은 잔인한 상상력입니다. 작가도 인터뷰에서 '자신이 쓴 다섯개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요소가 없는 소설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당연하겠죠). 한 마디로 욕망에 굶주린 수컷의 강렬한 냄새와 피비린내로 '갈 때까지 가 본' 작품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교훈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현실 비판적인 의미를 찾아내려 하신다면 좀 곤란합니다. '데드 얼라이브'같이 그저 스플래터 공포영화 한편 본다 생각하시고 잔인한 상상력과 엽기적인 장면 자체를 즐기시면 됩니다. 만약 이 작품에서 의미와 교훈을 먼저 찾으시려고 한다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소설읽기를 하고 계신겁니다.

그래도 뭔가 남는 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한 말씀.

왜 신문과 뉴스에서 살인과 범죄기사를 즐겨 다루는지, 엉성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사람들'이 인기가 계속되었는지 생각해 보시죠. 사건 전말의 엽기적인 면을 찬찬히 만끽한 뒤 그에 대한 도덕적인 자책감은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무거운 처벌로 가볍게 털어버리는 건 아닌지 말이죠. 범죄가 사회적인 처벌(이것은 필요조건입니다)과 맞물려 현대사회의 주요한 엔터테인먼트의 하나가 되었다는 게 교훈이라면 교훈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목화밭 엽기전'도 어떤 면에선 교훈적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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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리브로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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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한가운데 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욕망(고상한 용어로 말하자면 정치철학)을 현실로 이루어 보는 게 모든 정치인들의 꿈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은 가장 훌룡한 교과서입니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집권기를 거치면서 최고의 권력을 맛본 푸셰라는 인물의 생애를 통해 권력의 중심부에 설 수 있는 방법뿐만 아니라 정치판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요령도 덤으로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그럼 하나씩 살펴볼까요?

먼저, 차가운 마음과 무표정한 얼굴을 지녀야 합니다. 소위 포커페이스라고 하는건데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도록 항상 표정관리를 해야 됩니다. 그래서 흥분은 절대 금물입니다. 다른 사람의 비방과 흑색선전에 흥분해 버리면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허나 이것은 감정적인 흥분이라기보다 계산된 흥분일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노회한 정치가들이 어떻게 하나 잘 살펴보면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둘째, 화려함을 추구하지 말고 오로지 권력의 의식만을 추구해야 합니다. 권력의 쾌감은 화려한 직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내밀한 만족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 중에서도 이 전략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2인자 철학'으로 대표되는 그 분. 그래서 아직까지 많은 정치인들이 그를 두려워하나 봅니다. 대중적인 인기는 없지만요.

세째, 인간을 멸시해야 합니다. 개개인의 인격과 생명을 존중하여서는 절대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없습니다. 권력은 속성상 언제든지 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 생명을 깃털같이 가볍게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단, 내 생명은 제외하구요. (문화혁명 때 모택동은 살았잖습니까?)

네째, 돈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돈은 새로운 권력입니다. 돈의 힘 앞에 정의로운 사상도 무릎을 꿇는답니다. 사실 정치와 돈을 궁합이 참 잘 맞는답니다. 금권청치란 말은 사실 동어반복이죠. 정치란 말 속에 이미 돈의 권력(=금권)이란 뜻이 담겨 있으니까요.

다섯째, 언제나 다수의 편에 서야 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 들리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덕목이 바로 배신이죠. 철면피가 되어야만 다수의 편으로 언제든 쉽게 옮겨갈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배신의 가능성을 남겨 두기 위해서는 아무리 친한 사람과도 최소한의 거리는 유지해야 된다는 것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처럼 원칙대로 자기관리를 하면서 차가운 눈으로 권력의 중심을 바라보며 정치판에 뛰어든 푸셰는 프랑스 혁명에서도 온전하게 살아 남았습니다. 더군다나 로베스피에르라는 당대 최고 지도자를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의 최고 측근으로 오래도록 권력을 만끽하였지요. 심지어 나폴레옹이 실각했을 때도 푸셰만은 꿋꿋하게 살아남아 왕정복고의 일등공신이 되었답니다.

어때요? 이 정도면 총선에 앞서 한번쯤 읽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푸셰의 말년은 비밀이랍니다. 뭐 어차피 책을 읽으면 알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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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 미지의 존재
류지호 / 문학사상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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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다 읽는데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고 요약해 가면서 꼼꼼히 읽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과학'이라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시종일관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정확함에 몇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릅니다.

관찰과 실험,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작가는 정신과 육체의 양면성, 인간의 창조력, 삶과 수명의 비밀, 환경에 대한 적응력, 개성과 정신을 가진 개인의 존재 등 인간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특유의 종합력을 발휘하여 하나하나 풀어 갑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대문명에 대해 대단히 가혹한 비판을 가합니다. 인간은 과학문명 때문에 퇴화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게 수리화, 추상화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무생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과학은 이미 치명적인 한계를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물질뿐만 아니라 사고능력과 의식 그리고 개성이 혼합된 인간에 대한 과학이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아직도 무생물의 과학으로 분석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편리함과 안락함을 지향하는 현대문명은 자연계의 법칙에 대해 예외적인 환경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인간을 적자생존의 굴레에서 해방시킨 것이죠. 그래서 우성과 열성이 물질문명의 혜택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인간을 퇴화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퇴화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물질문명의 교리에서 벗어나 적자생존이라는 자연계의 엄연한 법칙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작가의 명쾌한 논리와 현대문명에 대한 묵시론적 경고가 만족스러웠지만 한가지 꺼림직한 게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놀랍게도 가장 우성인 인간을 백색인종이라 단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독교적 사고를 가장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치 세계가 기독교도와 반기독교도로 구분되어 있다는 듯 말이죠. 그의 논리에 따르자면 인류의 퇴화를 막고 새로운 문명, 인간을 위한 문명의 창조를 위해서는 기독교적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고, 생물학적으로도 우성인 백색인종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리엔탈에게는 원칙적을 불가능하답니다. 왜냐하면 열성이기 때문이니까요.?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져 아주 김새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만약 WASP들이 이 작품을 보았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고히 해 주는 명쾌한 논리에 흡족한 미소를 짓겠죠. 허나 저나 당신과 같은 사람에겐 결코 유쾌하지 않습니다. 작업개념과 종합력을 들먹이며 도출해낸 결론이 '백인은 우성이다', '백인이 인류문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라는 -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확신에 가득찬 - 명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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