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그 미지의 존재
류지호 / 문학사상사 / 1998년 6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을 다 읽는데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필요한 부분을 발췌하고 요약해 가면서 꼼꼼히 읽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과학'이라는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시종일관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정확함에 몇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릅니다.

관찰과 실험,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작가는 정신과 육체의 양면성, 인간의 창조력, 삶과 수명의 비밀, 환경에 대한 적응력, 개성과 정신을 가진 개인의 존재 등 인간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특유의 종합력을 발휘하여 하나하나 풀어 갑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현대문명에 대해 대단히 가혹한 비판을 가합니다. 인간은 과학문명 때문에 퇴화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게 수리화, 추상화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무생물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과학은 이미 치명적인 한계를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물질뿐만 아니라 사고능력과 의식 그리고 개성이 혼합된 인간에 대한 과학이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아직도 무생물의 과학으로 분석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편리함과 안락함을 지향하는 현대문명은 자연계의 법칙에 대해 예외적인 환경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인간을 적자생존의 굴레에서 해방시킨 것이죠. 그래서 우성과 열성이 물질문명의 혜택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인간을 퇴화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퇴화하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물질문명의 교리에서 벗어나 적자생존이라는 자연계의 엄연한 법칙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작가의 명쾌한 논리와 현대문명에 대한 묵시론적 경고가 만족스러웠지만 한가지 꺼림직한 게 있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 뒤에 보이지 않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놀랍게도 가장 우성인 인간을 백색인종이라 단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독교적 사고를 가장 우수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치 세계가 기독교도와 반기독교도로 구분되어 있다는 듯 말이죠. 그의 논리에 따르자면 인류의 퇴화를 막고 새로운 문명, 인간을 위한 문명의 창조를 위해서는 기독교적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고, 생물학적으로도 우성인 백색인종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리엔탈에게는 원칙적을 불가능하답니다. 왜냐하면 열성이기 때문이니까요.?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져 아주 김새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만약 WASP들이 이 작품을 보았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고히 해 주는 명쾌한 논리에 흡족한 미소를 짓겠죠. 허나 저나 당신과 같은 사람에겐 결코 유쾌하지 않습니다. 작업개념과 종합력을 들먹이며 도출해낸 결론이 '백인은 우성이다', '백인이 인류문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라는 -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확신에 가득찬 - 명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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