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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사랑일지도 - 야마카와 마사오 소설선
야마카와 마사오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12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도서 아마 사랑일 지도는 혜성처럼 나타나 단 한 번 수상의 기쁨도 누리지 못한 비운의 작가 야마카와 마사오의 소설들을 묶어 놓은 소설집이다. 야마카와 마사오의 작품들은 여러 번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고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른 적이 있었지만 수상은 없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오랫동안 그의 담담하고도 메마른 문체들로 수놓아진 작품들을 읽을 수 있었을 테지만 작가는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남겨진 작품만이 그가 얼마만큼 촉망받는 작가였을지를 체감하게 한다.
소설집에는 '아마 사랑일지도' , '그 1년', '연기의 끝' , '예감', '여름의 장례 행렬', '일그러진 창문', '어느 드라이브' 7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소설집의 제목이자. 10대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장남으로 태어나 가장으로 살아가야 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 '아마 사랑일지도'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아마 사랑일지도'의 주인공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위에는 누나가 밑에는 동생이 또 쓸개염(담낭염)으로 인해 장사를 그만두고 아팠다 괜찮았다를 반복하지만 우울함 속에 살아가는 어머니가 있었다. 이러한 집안을 피해 주인공은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량짜리 하숙집에서 머문다. 자신을 짓누르는 현실 속에서 잠시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집안에서는 나를 누르는 무게들을 마주해야 하기에 하숙집을 하나로 도피처로 삼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곳에 매주 찾아오는 여자가 있으니 주인공이 7년 전 아직 대학생이었던 시절에 만났던 전 여자친구이다. 그녀는 주인공도 안면이 있는 대학 동기와 결혼하였는데, 주인공은 그녀와의 만남을 '오래된 달력'이라고 표현하였다.
'오래된 달력'과 같이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런 날도 있었지 저런 날도 있었지 하며 과거를 떠올리는 정도이지 그 속에 감성적인 가치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부하였다. 지속되는 만남 속에서도 겉으로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철저하게 타인과 자신을 분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생활해 왔다. 그리고 자신은 영원히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사랑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 믿고 있었다. 나 자신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에 타인에게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기에 언제나 벽을 세워 너와 나를 구별하고 있는 것이 나를 구성하는 철저한 삶의 방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생활을 위해 외형에서는 그럴듯하게 표정이나 행동을 속여 타인 속에 자신을 두지만 내면에서는 분리된 벽을 두고 타인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음침함의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계속되는 만남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과 타인을 분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어느 날 자신의 지극히 규칙적이던 일상 속에서 그 벽이 조금씩 금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것은 금이 간 것이 아니라 잠시 보이는 얼룩과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다시금 타인과 자신을 분리시키려 했다. 그리고 조금씩 나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 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할 때. 주인공의 일상 속에 들어와있던 그 여자의 부고장이 날라온다.
도서 아마 사랑일 지도는 사랑이 있을 때는 사랑인지 모르고 있다가 지나간 일들을 회상해 보면 그때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오랜 달력을 바라보는 것에 비유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흙탕물을 만들어 그 속에 살았던 때는 뿌옇게 보여 긴가민가했던 것들이 온전히 혼자가 되어 모든 것이 가라앉았을 때 선명하게 드러나 주인공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에서 은연중에 품고 있었던 희망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