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인터뷰하는 법 - 기상전문기자의 예측불허 인생 예보기
김세현 지음 / 김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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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이야기하는법 #김세현 #기상전문기자 #에세이 #김영사


“날씨를 연구하던 사람이
어느 날 뉴스 현장에서 날씨를 설명하게 된다면?”

중학생 때 친구와 함께 본 영화 ‘투모로우’는
저자에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지구의 기후 변화를 다룬 그 영화를 보며 ‘기상학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때부터 막연하지만 분명한 꿈이 생겼다고 한다.

기후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저자는 관련 진로를 찾아보다가
대기과학과라는 과목을 알게 된다. 그런데 당시 국내에서 이 전공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서울대와 연세대, 단 두 학교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목표는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부단히 공부한 끝에
저자는 결국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

그렇게 박사학위까지 13년을 대기과학 연구자로 지낸 저자가 기상전문기자가 되면서 겪은 경험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연구실에서 데이터와 논문을 다루던 삶에서, 갑자기 카메라 앞에서 날씨를 설명해야 하는 삶으로 넘어온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던 건 아니다. 생방송을 앞두고 긴장해 머리가 하얘지기도 하고, 기자라는 직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좌충우돌 겪기도 한다. 연구자로서는 익숙했던 지식이지만, 그것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 일은 또 다른 능력이 필요했다.💫

읽다 보니 단순히 날씨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라기보다, 낯선 직업 앞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에 가까웠다. (나도 처음 들어본 직업임..)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지만 그 과정 속에서 저자는 점점 ‘날씨를 전하는 사람’으로 자리 잡아 간다.

우리는 보통 뉴스에서 날씨를 잠깐 듣고 지나가지만, 그 짧은 정보 뒤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가 있었는지 저자의 고군분투함을 알게 된다. 날씨를 연구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의 시선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장면이 많을 것이다. 익숙한 세계를 떠나 전혀 다른 자리에서 다시 배우고, 서툰 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들..

그래서 이 책은 날씨 이야기와 함께
‘생소한 직업‘에 첫걸음을 걷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기록이기도 하다.

+ 이상기후에 관한 지나간 기록들을 보니,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아찔한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가 이미 겪어 온 기후의 변화들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그런 변화 앞에서 경각심을 놓지 않으려는 저자의 태도를 보며, 나 역시 날씨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김영사 @gimmyoung 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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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스크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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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스크 #레이네일러 #SF소설 #위즈덤하우스

“왜 아름다운 것들은 멸종을 향해 달려가는가.”

‘매머드, 자연과 인간, 밀렵, 인간의 탐욕, 종의 생존, 분노’
책을 읽고 떠오르는 키워드들을 뽑아 봤다.

이 소설은 밀렵꾼에게 살해당한
매머드 보호 연구자 ‘다미라’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한 세기가 흐른 뒤,
인류는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 데 성공한다.
다미라는 복원된 매머드 몸에 의식을 이식한 존재로 다시 깨어난다.
인간이었던 기억 그대로 지닌 채 말이다.

하지만 매머드가 되살아난 세상에서도 밀렵은 계속되고 있었다.

도대체 인간은 왜 매머드를 사냥하는 것일까.

파괴할 수 있는 권력.
그리고 상아(Tusk)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미라는 매머드들에게 인간의 감정을 가르친다.
특히 분노와 복수를.

이제 자연이 반격할 시간이 온 것이다.

한때 매머드를 멸종으로 몰아넣었던 상아에 대한 집착은
문명이 발달한 미래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탐욕이 멈추지 않는 이상, 사냥은 계속 될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멈춰지는 날이 과연 올까?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본성이나 자본의 논리가 변하지 않는
이 반복되는 비극이
기술로 과거를 복구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과거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까지 복구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읽는 내내
암울하고도 묘한 슬픔이 전반적으로 가득했다.

매머드는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지만
그들의 분노는
세상에 대한 복수라기보다
이미 너무 많이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애도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정면으로 비추는 SF.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 <터스크>였다.

+ 메머드를 복원해서 인간의 기억을 이식한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인간과 자연의 대립을 다루는 소설은 흔할 수 있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복수하는 시선은 짜릿했다. 인간 중심주의를 흔들어 놓아 탐욕스러운 인간 대상으로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 분량이 짧은데도 환경 파괴, 인간의 본성, 탐욕, 복수, 공존 같은 묵직한 주제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인간은 자연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인간의 위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여운이 좀 오래 갔던 작품이었다.

📌 @wisdomhouse_official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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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
마리아나 레키 지음, 장혜경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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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근심 #마리아나레키 #현대문학 #독일소설 #초단편연작소설

읽기 전, 표지 인상부터 살펴 보았다.
제목과 표지가 참 정반대의 느낌이다.
표지에서는 편안한 얼굴로 쉬고 있는 자세인데
제목은 [온갖 근심]이라니…

온갖 근심이 다 지나간 뒤의 후련함을 나타낸건가?
아님 온갖 근심 덩어리들이 그저 나쁜 것만 아니라는 것인지?
🤔🤔

우리는 흔히 ’근심‘이 생기면
그걸 어떻게 해결하지에 먼저 집중하지 않은가.
마치 빨리 털어내야 할 오물처럼.

하지만 이 책에서 ‘근심’은 마치,
어느 날 우리집에 슬그머니 찾아와
억지로 쫓아내기보다
내 곁에 나란히 앉아
‘근심이’랑 같이 차 한잔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캐릭터들처럼 말이다.
흠, 근심이는 어떻게 생겼을려나.)

“모두의 내면은 반짝반짝 광이 나는데 우리 내면만 엉망진창인 것 같아.”

불면증에 시달리는 밤,
인생의 첫 상심을 겪는 소녀,
손이 떨리는 증상을 앓는 친구,
덧없는 인생과 사투를 벌이는 가족 등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법한 이웃들의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근심들을 보면
고통이 아니라 보편적인 삶의 무늬처럼 느껴진다.
(삶의 무늬, 어느 책에서 보고 멋있어서 따라해봄ㅎ😏)

39편이 실려 있지만 초단편이라
긴 호흡의 소설이 버거울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고,

심리학 잡지에 연재된 글답게
인간 내면의 취약함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차가운 분석에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문득
“나만 엉망진창 같아.”
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의 한 조각을 읽고 나면
”괜찮아, 우리 모두 각자의 몫만큼 흔들리며 살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든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상실과 외로움의 테마를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과 낙천적인 시선으로 그려내
읽는 내내 묘하게 미소 짓게 되는 소설.
그래, 근심이와 함께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랄까. 💃🕺
그러한 저자의 문체가 매력적이었다.

📌현대문학에서 도서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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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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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시호 #해피북스투유

‘소아성애증’이라는
선천적인 성정체성을 지닌 남자의 이야기로
불편함을 전제로 시작하지만,
그 불편함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사유하게 만드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소설의 주인공 니키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 교사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교사이지만,
그는 어린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인 만화를 그리는 작가로
비밀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가 어린 아이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의 제자 ‘고이치’
고이치는 옛날부터 이상한 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왜인지도 모른채 항상 듣는 소리 “고이치는 독특해.”
그런 소리를 견딜 수 없어 듣지 않으려 남들과 똑같아지려고 노력하지만
친구의 생일파티 사건에서 고이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점차 자신을 지워 나간다.
하지만 당당하게 지내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러한 특훈은 그만두게 된다.

🔖36 > 줄곧 ’이상한‘ 자신이 싫었다.
지금은, 이상함이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특별함‘이다.
언젠가부터 ’특별함‘이 나를 유일하게 긍정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 의식을 지니고 행동한 탓인지 주위 사람들은 점점 고이치를 차갑게 대했다.

그러다 성인잡지를 몰래 훔치다 걸리게 되면서
담임한테 연락이 가게 되고,
고이치는 니키의 비밀을 쥐고 접근한다.

니키와 고이치는 서로 경계하면서도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서로의 속내를 털어 놓는다.

줄거리만 보면 불편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이 집중하는 지점은 욕망 자체보다
그 욕망을 끝까지 행동으로 옮기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을
정면돌파로 시원스레 보여주기 때문에
나는 너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니키는 자신의 욕망이 사회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평생 자신을 감시하듯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그의 삶은 늘 긴장과 고립 속에 놓여 있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음에도 욕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을 완전히 배제해도 되는 것일까.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저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디까지를 정상이라 부르고,
어디서부터 비정상이라 규정할 수 있을까.

소설에서는 어떤 답도 주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 그 경계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한번쯤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금기와 욕망,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그리고 사회가 정해 놓은 윤리의 기준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도덕의 틀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던 강렬한 소설이었다.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생각이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고이치와 니키의 대화 & 니키와 반 아이들에 접점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이 주제에 대해 예리하고 날카롭게 돌직구를 던진다.

+ 단지 자신과 다르다고, 자신이 더 평범하다고 해서 남을 가차없이 배제시킬 수 있을까.

+ 소아성애라는 키워드는 사회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소설 또한 필요하다고 느낀다.


📌해피북스투유 @happybooks2u 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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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나탈리아 쇼스타크 지음, 정보라 옮김 / 스프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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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나탈리아쇼스타크 #폴란드소설 #스프링

기자 경력 이후 소설가로 활동 중인 폴란드 작가의 장편소설.
가족 붕괴 이후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개글에 덥석 물었다.

책에서는 가족 붕괴의 원인을 ‘파산’과 ‘빚’을 들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현실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나 역시 그런 아슬아슬한 지점을 알고 있기에 더 궁금해졌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가정이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라
이미 무너진 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무책임한 가장 ‘그제고시’가 남긴 것은
파산과 함께 떠안겨진 빚,
그리고 ‘부모’라는 자리의 공백이다.

그 빈자리를 세 명의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간다.

독립적이고 전문직을 가진 냉철한 성격의 61세 할머니 ‘알리치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엄마 ‘한나’,
할머니를 그저 낯선 사람처럼 느끼는 14세의 혼란스러운 딸 ‘마리안나’.

서로 다른 세대와 가치관이 부딪히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긴장감도 점점 고조된다.

늘 일만 해왔던 알리치아는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손주를 돌보게 된 상황이 낯설고,

한나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불안하다.

마리안나는 그동안 익숙했던 안정감과 평온함이
할머니 집으로 오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누구 하나 공감되지 않는 인물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이 모두 이해되었고,
읽는 내내 마음이 찡해졌다.

그렇다고 이 변화가 어떤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미 흔들리고 있던 ‘평온한 가정’이라는 가면이
가족의 붕괴 이후,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사람을 잃기도 하고,
관계를 잃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 자신을 잃기도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상실’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단순한 의미로 쓰이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실은 끝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잃어버린 뒤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 푸른 얼굴의 차갑고 무표정한 표지가
이미 무너진 가정 아래 견디고 있는 세 여성의 얼굴처럼 느껴졌다.

📌스프링 @springbook_pub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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