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나탈리아 쇼스타크 지음, 정보라 옮김 / 스프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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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나탈리아쇼스타크 #폴란드소설 #스프링

기자 경력 이후 소설가로 활동 중인 폴란드 작가의 장편소설.
가족 붕괴 이후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개글에 덥석 물었다.

책에서는 가족 붕괴의 원인을 ‘파산’과 ‘빚’을 들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현실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나 역시 그런 아슬아슬한 지점을 알고 있기에 더 궁금해졌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가정이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라
이미 무너진 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무책임한 가장 ‘그제고시’가 남긴 것은
파산과 함께 떠안겨진 빚,
그리고 ‘부모’라는 자리의 공백이다.

그 빈자리를 세 명의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간다.

독립적이고 전문직을 가진 냉철한 성격의 61세 할머니 ‘알리치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과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엄마 ‘한나’,
할머니를 그저 낯선 사람처럼 느끼는 14세의 혼란스러운 딸 ‘마리안나’.

서로 다른 세대와 가치관이 부딪히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긴장감도 점점 고조된다.

늘 일만 해왔던 알리치아는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손주를 돌보게 된 상황이 낯설고,

한나는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이 불안하다.

마리안나는 그동안 익숙했던 안정감과 평온함이
할머니 집으로 오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누구 하나 공감되지 않는 인물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이 모두 이해되었고,
읽는 내내 마음이 찡해졌다.

그렇다고 이 변화가 어떤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미 흔들리고 있던 ‘평온한 가정’이라는 가면이
가족의 붕괴 이후,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상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사람을 잃기도 하고,
관계를 잃기도 하며,
때로는 자기 자신을 잃기도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상실’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단순한 의미로 쓰이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실은 끝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삶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잃어버린 뒤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 푸른 얼굴의 차갑고 무표정한 표지가
이미 무너진 가정 아래 견디고 있는 세 여성의 얼굴처럼 느껴졌다.

📌스프링 @springbook_pub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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