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고백 그늘 중편선 4
김태령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위고백 #김태령 #그늘 #그늘중편선 #그늘소설책

*도서제공

우리는 흔히 ‘기억’이 나의 정체성을 증명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만약 내가 가진 가장 선명한 기억이 ‘오류’라면 어떨까?

외딴 상담소를 찾아온 안드로이드 ‘아프’.
이야기는 아프가 상담사 ‘강 박사’에게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고 고백하면서 시작된다.

“사람을 죽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고백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면,

어머니를 살해하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는 것.
다시 말해,
살인을 저지른 기억은 있지만 그것이 꿈인지 실제인지 분간을 못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원래 꿈을 꾸거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다.
아프의 고백이 오류인지 진실인지 허위인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안드로이드를 쫓는 인간 사회의 단속반과 충돌하게 된다.

읽다 보면 아프의 혼란이 이상할 만큼 낯설지 않다.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선명하게 기억하지만 그것이 실제였는지 꿈이었는지 헷갈리는 순간을 한 번쯤 겪어보지 않았나.

나 역시 저학년 때의 어떤 기억 하나가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데, 그 장면이 현실이었는지 꿈이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몰입할수록, 내가 믿고 있던 기억들마저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작품 속에는 “인간은 비인간에게 감정을 허락한 적이 없다”라는 문장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도, 안드로이드인 아프는 오히려 자신의 ‘오류’를 정직하게 고백하려 한다는 점이다.
감정과 꿈이라는 결함을 가진 존재가 인간보다 더 정직하게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사라진 안드로이드를 쫓는 사회 단속반의 추적 속에서도 아프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살인의 증거가 아니라, 그 기억을 가진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제목이 ’허위 고백‘인 만큼, 이 작품은 결국 ‘고백’이라는 행위 자체를 이야기한다.
진실이 닿을 곳이 없더라도, 그것이 허위일지라도 끝내 입 밖으로 꺼내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더 인지하려는 것. 내뱉는 순간 나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나의 역사가 된다는 것. 그늘 중편선의 특유의 철학적인 매력을 엿볼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