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큰길 건너 골목길은 좁다. 좁고 고불고불 이어진 길에는 사람 사는 소리가 소곤 소곤 모두 들린다. 높은 건물, 꼭꼭 닫고 사는 아파트가 아닌 귀 기울이며 들으면 옆방처럼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무너질 듯 나지막한 수퍼는 골목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소이다. 누가 손주를 보았는지 누가 이사를 갔는지, 누가 아픈지 여기 모이면 모두 알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쌀집 아저씨 자전거로 장사하는 소리도 들리고 식당에서 설겆이 하는 소리도 이발소 문닫는 소리도 다 들린다. 개구쟁이 사내아이들은 골목이 떠나라 신나게 웃고 뛰놀고 있다. 고무줄 놀이 하는 여자애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온 골목길에 퍼져 나간다. 골목길 아니고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정겨운 모습이다. 할머니 기침 소리 듣고 걱정해주고 종이상자 누르며 힘겹지만 열심히 살아가시는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싶다. 주인 떠난 빈 집 강아지는 오늘도 내일도 기다린다. 도둑 고양이들이 차지한 지붕 너머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이 책은 성북구의 오래된 골목길을 추억속의 액자속에 담아 정겹게 그려내고 있다. 고불 고불 한 사람이 들어서면 꽉 차는 좁은 골목길이지만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장면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사실 시골에서 자라 이렇게 좁은 골목길 추억은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올라온 후 아현동 좁은 골목길에서 3년 정도 생활했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많이 놀랐었지만 나지막한 지붕에 가깝게 앉은 집들사이에서 풍족하진 않지만 나눠주고 염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배운 기간이었었다. 추억으로만 남고 점점 사라져가는 좁은 골목길을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크고 넓은 것만 바라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어울려 살아가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큰 아이는 골목에서 재미난 소리가 난다고 한다. 아마 책 속의 사내아이들과 같이 뛰어놀고 싶은 까닭일 것이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거친 숨소리도 같이 느끼길 바란다. 추억 속에 담아 두기엔 너무 간절한 생활이 있고 소중한 기억들로 인해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도 쉽게 떠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여운이 많이 남는 짧은 글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사진 닮은 그림으로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그림책이다.
싱싱한 신갈나무가 녹음의 여름에 서 있다. 수채화 속의 나무는 엄마 품처럼 풍성하다. 다람쥐도 품고 오목눈이 가족도 품고 쌍살벌, 여러 가지 곤충, 뿌리 옆엔 많은 애벌레, 한없이 넓고 포근하기만 하다. 온 몸을 다 내어주는 넉넉한 신갈나무의 품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너그러움을 담고 있다. 나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사는가? 놀랍기 그지없다. 매일 오르는 산에서 자세히 눈여겨 보지 않고는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부지런한 여름을 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나무 하나에'는 유아들에게 푸른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고 나무 한그루가 품고 사는 가족들에게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준다. 이 책을 본 아이들은 신갈나무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람쥐가 있나 새 둥지가 있을까, 곤충은? 벌은 어디 있을까? 나무 밑둥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나무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을 배워나갈 것이다.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을 들고 숲으로 신갈나무를 찾으러 나서고 싶다. 지금이면 초록색 열매도 달려 있다. 아낌없이 베푸는 나무의 너그러움도 배우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자. '나무 하나에'는 그림이 아름다운 책이다. 수채화 속의 나무는 다정하고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사는 보금자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초록의 싱그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숲을, 생명이 살아 넘치는 나무를 잘 그려주고 있다. 글이 많지 않은 책에서 그림의 비중은 크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림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나무야, 정말 고맙다'라는 아이들의 소곤거림이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