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Dear 그림책
김장성 지음, 정지혜 그림 / 사계절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드넓은 큰길 건너 골목길은 좁다. 좁고 고불고불 이어진 길에는 사람 사는 소리가 소곤 소곤 모두 들린다. 높은 건물, 꼭꼭 닫고 사는 아파트가 아닌 귀 기울이며 들으면 옆방처럼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무너질 듯 나지막한 수퍼는 골목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소이다. 누가 손주를 보았는지 누가 이사를 갔는지, 누가 아픈지 여기 모이면 모두 알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쌀집 아저씨 자전거로 장사하는 소리도 들리고 식당에서 설겆이 하는 소리도 이발소 문닫는 소리도 다 들린다.
개구쟁이 사내아이들은 골목이 떠나라 신나게 웃고 뛰놀고 있다. 고무줄 놀이 하는 여자애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온 골목길에 퍼져 나간다. 골목길 아니고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정겨운 모습이다.
할머니 기침 소리 듣고 걱정해주고 종이상자 누르며 힘겹지만 열심히 살아가시는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싶다. 주인 떠난 빈 집 강아지는 오늘도 내일도 기다린다.
도둑 고양이들이 차지한 지붕 너머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이 책은 성북구의 오래된 골목길을 추억속의 액자속에 담아 정겹게 그려내고 있다. 고불 고불 한 사람이 들어서면 꽉 차는 좁은 골목길이지만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장면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사실 시골에서 자라 이렇게 좁은 골목길 추억은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올라온 후 아현동 좁은 골목길에서 3년 정도 생활했었다.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고 많이 놀랐었지만 나지막한 지붕에 가깝게 앉은 집들사이에서 풍족하진 않지만 나눠주고 염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배운 기간이었었다.
추억으로만 남고 점점 사라져가는 좁은 골목길을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크고 넓은 것만 바라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어울려 살아가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큰 아이는 골목에서 재미난 소리가 난다고 한다. 아마 책 속의 사내아이들과 같이 뛰어놀고 싶은 까닭일 것이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거친 숨소리도 같이 느끼길 바란다.
추억 속에 담아 두기엔 너무 간절한 생활이 있고 소중한 기억들로 인해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도 쉽게 떠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여운이 많이 남는 짧은 글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사진 닮은 그림으로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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