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깊을수록 미안한 게 많다 - 반야암 지안 스님의 산중 수상록
지안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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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니 불광출판사 서포터즈 빛무리8기의 두번째 책이 도착해 있네요. 이번 책은 통도사반야암에 계시는 지안스님의 산중 수상록, 산사에서 느끼는 감성을 에세이로 써내려간 책이네요.

인연이 깊을 수록 미안한게 많다.!

책은 가지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로, 제목만 봐도 느낌이 오네요. 지안스님은 출가 후 산사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돌아보기가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 수록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규칙처럼 보내기 시작햇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진실한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며 느낌 감상들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고 해요.

책이 부담스럽거나 하지 않고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책이 잘 읽히네요. 특히나 인생의 황혼기인 중년이 되며 자신에 대한 돌아봄이 많아 질 때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이 책을 읽기 전 꼭 목차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숲속 오솔길은 타인의 시선에 길을 잃은 이가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나는 사색의 성지다.

1장 비로소 산이 보였다. 순리에 맡김

- 산사가 건네는 아침의 문답

- 산을 읽는다.

- 비 오는 날의 산책

- 나무 곁에서

- 산에 사는 즐거움

- 산그림자에 근심을 묻다.

- 물안개 피어오를 때

- 띠를 걷어내는 시간

지안스님은 일상이 된 산사 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 방법을 터득하시고 그 방법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책 속에 펼쳐 놓았네요. 하늘이 열리는 시간, 땅이 열리는 시간, 그리고 사람이 열리는 시간 등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며 마음의 중심을 잡아갈 때,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인생 경영의 핵심이 된다고 하네요. 요즘 짧은 장마지만 장마라는 시간 때문인지, 장마비가 쏟아지는 날 '비 오는 날의 산책'파트를 읽었더니 글이 더 마음 깊이 다가오네요.


꽃은 피어난 자리를 가리지 않고,

나무는 곁에 선 존재를 밀어내지 않는다.

2장 제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 함께 사는 법

- 왕소나무의 열반

- 목탁새 소리를 들으며

- 다람쥐와의 추억

- 봄을 마주하는 태도

- 사계의 마음, 그 중에서도 오월

- 지나가는 것들

-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 산중 폭우와 삼성반월교

우리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삶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자꾸 잊고 사는 거 같아요. 누구 말마따나 인생은 "평생 가스라이팅"이라고.. 어떤 상황에 놓이던지 그 상황으로 고민하고 힘들어 하기 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기회라고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힘든 난관도 나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살면서 많이 느끼고 있네요. 단지 그 꾸준함과 노력을 가끔 놓쳐서 다시금 도루묵 상태로 바뀌는 것도 많이 봐왔구요.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잘 융화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최고의 능력이 될 수 있는 거 같네요.

 

 

낙엽으로 지는 붉은 단풍처럼

스스로를 비우는 이별 연습 끝에

마침내 시간을 종처럼 부리는

무심의 평온에 닿는다.

3장 세월은 익어가는 것 : 받아들이는 시간

- 천자문을 배우며

- 장명루 이야기

- 안다는 착각

- 세월의 고비

- 털구멍 속 우주

- 시간을 부리는 무심

- 조심이라는 미학

- 43년만에 재회한 인연

- 이별연습

- 욜로와 잉여인간

- 불러도 대답없는 그리움

우리는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보는 경우가 많다. 년초에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언어공부를 하겠다고,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자격증을 따겠다고 무던한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작심삼일들이 모여 지금의 내나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어설픔으로 인해 가끔은 내가 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누구가 무엇을 이야기하면 괜히 아는 척 훈수를 두고 싶은 게.. 역시나 나는 멀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책을 읽으며 3장에서 그런 느낌들이 많이 다가왔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찾았던 삼화사에서의 기억이 스님께는 시간을 부리는 무심으로 떠올리시다니.. 책을 읽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느낌의 현 상황을 떠올려 보곤한다. 요즘 특히 이별연습과 받아들임을 잘 해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터라.. 하루하루가 새롭다.

 

 

이슬 같은 인연의 소중함을 보듬으며,

나를 비우고 다시 내게로 돌아와

말없이 사는 길을 묻는다.

4장 어둠이 깊어야 별은 빛난다 : 흔들리지 않는 자리

- 지갑을 되찾고 '서울만세'

- 나를 떠나 내게로 돌아온다.

- 어둠이 내려야 별이 보인다.

- 침묵하는 사람들

- 법과 인정

- 인연이 깊을 수록 미안한 것이 많다.

- 이슬 같은 인연

- 그늘을 찾아서

- 때를 잃은 철새 이야기

- 청산을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여행도 많이 하시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시는 지안스님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맞아'하며 리액션을 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챕터마다의 내용들이 특별함이 아니어도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고,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그런 글들이 많다 보니 필사의 욕심을 내보게 되는 책이다. 요즘 지인에게 반야심경 필사지를 받아 놓고도 그냥 전시(?)만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괜히 한번 욕심을 내본다.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은 언제가 부처님이 될 사람입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복전이라 하고, 마음 밭에 복을 심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의 근본주제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세개의 밭이 있어, 경전, 은전, 비전이라고 한다고 한다. 경전은 존경할 만한 스승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복을 짓는 것이고, 은전은 부모나 스승처럼 내게 은혜를 베푼 이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비전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연민과 자비를 베푸는 마음이라고 한다. 나는 살면서 복전을 잘 가꾸고 있는 것일까? 내가 마주하는 인연들과 만나 마음을 잘 열고 나의 밭을 잘 경작해 나가고 있는 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더불어 스님은 누구에게나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우물하나 파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신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잘 융화하고 내가 가진 것을 잘 베풀며 살아가는그런 일을 직접 실천하고 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신다.

짧은 글을 읽다보면,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아보는 시간이 왜 중요한지, 무조건 밝기만 해서는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듯이 현 시점에 주어진 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 지에 따라 그 순간을 또다른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노승의 에세이를 통해 알아 볼 수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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