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죽음"은 가독성이 참 좋은 책이다. 짧은 단편의 에세이를 옴니버스 식으로 나열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책을 더디 읽는 나인데도, 진즉에 마지막 장의 가격까지 확인하고 빨리 읽었다고 위안을 할정도로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물론 쉽게 읽히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담겨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능인스님이 직접 겪고 적어나간 에피소드들 때문인지 몰라도,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돌릴 수는 없다. 누구나 언젠가 맞이해야할 숙명같은 일이지만, 하지만 능인스님의 단정한 죽음은 죽음을 극적으로 극복했다거나 어떤 식으로 피해갈 수 있는 그런 모험담을 펼쳐놓지 않았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주변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글로 적어놓았다.
능인스님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되 어떤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지 생각하게 해준다. 나 같은 경우 요즘 아버지의 건강이슈때문에 이 책이 더 깊게 느껴지고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항상 같이 있어 드릴 수 없기 때문에 시간나는대로 찾아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방법은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영상통화를 드리는 것이다. 영상만으로도 매일매일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인데, 그 것만으로 내가 아버지를 꽤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자료를 찾으면 찾을 수록 아버지의 통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하여 마약성 약과 패치로도 제어가 안될 정도인데, 항상 듣기 좋은 말로 약을 잘 챙겨드셔야 약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전하는 걸로 많은 위로를 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처음보다 많이 살도 빠지고 총기도 많이 잃으신 모습으로도 내 전화를 기다리고 그래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전해주고 계셨다는 걸 알고 마음이 편치 않다. 능인스님의 말처럼 어쩌면 내가 편하려고 이런 행동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요즘은 아프고 힘들다는 말대신 '밥 잘 먹었다', '약 이제 챙겨먹으려고 한다', '누군 오늘 온다니?' 이런 말을 전해주시는데, 어쩜 통증에 대해 그냥 스스로 인정해 버리시고 홀로 견뎌내고 계신게 아닌 가 싶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가족 모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결되시나 보다. 나 역시.. 아니 가족 모두 아버지의 상황을 인지하고 미리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누군가 떠나보내는 일은 역시 쉽지 않다. 책과 함께 온 편지지를 통해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려 했지만, 마음 정리가 잘 되지 않아 들었던 펜을 놓았다. 예전에도 가끔 잊을만 하면 한번씩 부모님께 편지를 부치곤 했었는데, 이번만은 그게 잘 되지 않아 다시 영상통화를 했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 식사는 잘 하셨어요? 약은 아직이시죠?" 그냥 일상적이 이야기로 말이다. 나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아버지는 "이렇게 전화해줘서 고맙다" 다시한번 가슴이 내려앉았다.
능인스님의 단정한 죽음은 호스피스병동을 찾은 다양한 직군의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으며, 단정한 죽음을 위한 연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삶과 죽음 사이에 우리가 품어야 할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삶의 끝에서도 삶의 품격을 잃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지키며 배운, 살아있는 자들의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말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이슈를 떠나 삶과 죽음에 대해 경건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